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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88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망보험금 신탁관리 시장이 열린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고객이 사망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은행이나 보험사를 비롯한 신탁회사가 운용해 수익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종전까지 보험성 재산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신탁제도는 주로 퇴직연금이나 부동산 자산 위주로 이뤄졌는데, 법령 개정으로 11월부터 보험금 청구권과 같은 재산도 신탁이 가능해진다. 사망보험금이 3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해 생명보험에 가입한 고객의 상당수가 신탁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망보험금에 대한 신탁 제도가 도입되면 신규 먹거리를 찾고 있는 생명보험사와 비이자부문 수익 강화에 나선 은행들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보험사와 은행들은 신탁업 인가를 획득하고, 상품을 준비하며 대비에 나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 도입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월 중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지난 3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9월 중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법제처에서 법안 심사가 연기되면서 시행 시기가 11월로 미뤄졌다.
앞으로 보험금 청구권 신탁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재산 신탁 시장에 대규모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2조7935억원에 달한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노후 재산 규모도 함께 성장해 신탁 시장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초고령사회 진입 과정에서 금융지식이 취약한 고령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이 금리·물가 변동과 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우므로 향후 신탁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연구원은 또 "치매 인구 증가로 인한 재산 관리 어려움이 신탁에 대한 수요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금감원이 발표한 신탁업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신탁자산은 지난해 말 131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조8000억원 늘었다. 은행·증권·보험 등 겸영 신탁회사 46곳의 수탁액은 908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다만 이 중 은행 점유율이 48.2%로 가장 높았고 보험사는 1.8%에 그쳤다.
아직 신탁업 비중이 미미한 보험사들은 다음달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 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인구 감소로 종신보험 시장이 줄며 고민에 빠진 생명보험사들은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업계에서 종합신탁업 자격을 획득한 곳은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흥국생명을 비롯한 5개 생명보험사다. 손해보험사 2곳(삼성화재·KB손해보험)은 금전신탁을 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만큼 생애주기에 맞는 상품을 만드는 데 강점이 있어 이를 활용하면 신탁업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6월 금융위로부터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으며 부동산·유가증권·전세권을 비롯한 재산신탁까지 취급 가능한 종합신탁업자가 됐다. 교보생명은 유언대용, 증여, 장애인, 후견 등 신탁 서비스를 준비 중인데 연내 보험금청구권 신탁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자문업과 일임업 등을 추가해 종합자산관리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최근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인해 판매수수료 중심의 비이자이익 수익 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자산관리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하나은행이 가장 발 빠르게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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