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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탄호이저' 연출 요나 김 "장식적 발레 장면 삭제…이분법적 여성상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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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습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4.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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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탄호이저는 너무 먼 독일 중세 시대 음유시인이라 서울 뿐만 아니라 21세기 관객 아무도 몰라요. 바그너의 음악을 듣고 가사를 읽으면서 스토리를 추출해 보니 인간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죠."

8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출가 요나 김은 올해 한국에서 선보이는 '탄호이저'는 드레스덴과 파리 버전을 섞었다고 말했다. "바그너가 당시 파리 관객들을 위해 추가했던 작위적이고 장식적인 발레 장면은 과감히 삭제했다"며 "뮌헨과 비엔나 버전은 참고만 했기에 이번 작품을 서울 버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했다.

오페라 '탄호이저'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인생 변곡점을 마주한 작품이다. 환락을 상징하는 사랑의 신 베누스의 유혹에 빠진 탄호이저가 연인 엘리자베트의 진실한 사랑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의 노래 경연대회라는 소재를 결합해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 갈등, 예술가의 고뇌가 담겼다.

바그너는 수십 년을 걸쳐 이 작품을 여러 차례 고치고 재편집해 많은 수정본을 만들어냈다. 현재까지 1845년 드레스덴 버전, 1861년 파리 버전, 1867년 뮌헨 버전, 1875년 빈 버전 등 총 4가지 버전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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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는 육체를 상징하는 '베누스'와 정신을 내포하는 '엘리자베트' 등 대척점에 있는 두 여자의 비중을 동일하게 만들어 팽팽한 긴장관계를 그려냈다. 요나 김은 3막에서 두 여성이 서로 마주 보는 장면을 새롭게 추가했다.

요나 김은 "바그너의 여자에 대한 클리셰가 싫었다"면서도 "이분법적으로 풀어냈지만 바그너의 가사와 음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숨겨진 힌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베누스라는 여자 인물이 관능적 팜므 파탈이라는 피상적인 딱지를 달고 있을 뿐 그저 사랑에 충실한 정열적인 여자일지 모른다"며 "엘리자베트 역시 대리석으로 된 성녀가 아니라 이타적인 사랑을 강요 당하며 죽어가는 착한 여인 콤플렉스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작품의 연출을 맡았지만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요나 김은 "'이렇게 읽으세요'라고 안내 방송하고 강요한다면 교주가 아니겠냐"며 "관찰자와 관객이 작품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연은 공부가 아니"라며 "그냥 가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관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나 김은 현재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 상임 연출가를 맡고 있으며 지난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연출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15년 국립오페라단에서 '후궁 탈출'을 연출하기도 했다.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공연은 오는 17~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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