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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인권 후진국 사우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후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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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우디 외교부 장관 파이잘 빈 파르한 왕자가 5일(현지시각) 사우디 리야드에서 프랑스 외교부 장관 장 노엘 바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SPA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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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권침해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후보로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유엔은 9일(현지시각) 총회를 열어 18개 나라를 새로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뽑을 예정이라고 영국언론 가디언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새 이사국은 내년 1월부터 3년 임기가 시작된다.



이번에 나선 새 이사국 후보에는 사우디아라비아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는 사우디의 오랜 인권침해 경력을 들어 “사우디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되는 건 사우디 정권에 의해 고통받은 수많은 피해자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남녀차별 관행으로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도 성차별에 저항하거나 성차별 관행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여성에게 종종 비밀 재판을 통해 장기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사우디의 여성 헬스트레이너 마나헬 알오타이비(30)는 소셜미디어에 여성이 배우자나 친척 남성의 동행 없이 외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율의 철폐를 주장했다가 지난 5월 선동 등의 혐의로 11년 형을 선고받았다.



또 2022년~2023년 사우디 국경경비대는 예멘에서 국경을 넘는 에티오피아 난민 몇백명을 사살해 인도주의에 반한 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샀으며, 2018년엔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잔혹하게 살해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올해에만 지금까지 적어도 198명을 사형했는데, 이는 1990년 이래 가장 많은 사형집행이다.



사우디는 지난 5월 인권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엔에서 성평등 문제를 다루는 여성지위위원회(UNCSW) 의장국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에도 이변이 없는 한 사우디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뽑힐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인권감시(HRW)의 루이스 샤르보노는 “사우디가 이사국으로 뽑힌다면 다른 이사국들은 사우디 같은 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인권보호 노력을 약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인권 상황을 기록해온 인권단체 알케스트(ALQST)의 리나 알하틀룰은 “사우디의 후보 자격은 이사국이 갖춰야 할 요건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며 “사우디가 이사국이 되면 사우디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들은 보복이 두려워 유엔 인권이사회에 호소하는 것도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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