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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사무실 가벽 쪼개 써”…졸속 이전이 부른 비좁은 ‘용산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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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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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속실은 지금 설치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장소도 지금 마땅한 데가 없어서 외국에 가보면… 우리 가까이 청와대만 해도 대통령 배우자가 쓰는 공간이 널찍하니 있고 한데 용산은 지금 그런 것도 없고. 부속실을 만든다는 것은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일단 마땅한 데가 없습니다.”(윤석열 대통령, 8월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강행하고 국민 소통을 앞세웠습니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1개월 앞둔 현재 용산 집무실에서는 “자리가 좁다”, “공간이 없다”는 곡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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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간 부족은 이전 당시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문제였습니다. 본관과 대통령 집무실, 3개 건물의 경호동과 비서동, 춘추관까지 여러 건물에 산재해있던 공간을 국방부 청사 한 건물로 대부분 옮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애초 약속했던 ‘대통령실 슬림화’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2실장(비서실·안보실장)·5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수석)’ 체제로 출범했던 대통령실은 현재 ‘3실장(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장)·8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민정·저출생수석)’ 체제로 확대 개편됐습니다.



결국 기존 공간에 가벽을 세워서 나누는 방식으로 새 사무실을 마련해 쓰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 사무실을 가벽으로 쪼개서 쓰다 보니 업무 공간도 협소해 회의실마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고 했습니다. 부처에서 파견 온 또 다른 관계자는 “안 그래도 좁던 자리가 수석실이 늘면서 더 좁아졌다”며 “어떤 부처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밀집도”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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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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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없어 여전히 주로 청와대 영빈관과 상춘재 등을 대통령실 행사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대통령실 청와대 행사 내역’ 자료를 보면, 청와대 개방 이후 대통령실이 영빈관과 상춘재 등에서 행사를 연 날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91일에 이르렀습니다. 임오경 의원은 “용산 이전 이후에도 청와대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용산 졸속 이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실 청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국가안보실장에서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장호진 특보도 윤 대통령이 “자주 보고를 받겠다”며 청사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결국 공간 부족으로 경호처에 자리를 잡아야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담당할 제2부속실 설치는 대통령실이 공식화한지 두 달이 넘도록 진척이 없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영부인의 경우에는 정상회담 등이 진행될 경우 배우자 환담 장소가 필요한데, 이런 공간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장소가 부족해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김 여사 공식 행보는 늘고 있고, 관련 의혹도 쌓이고 있지만 공간 부족을 이유로 제2부속실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용산에서 일어나는 공간 부족 사태는 면밀한 검토 없이 졸속 이전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졸속 이전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비위와 비리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이전 강행 명분으로 내세웠던 ‘국민 소통’마저도 출근길 약식회견(도어 스테핑) 중단과 함께 청사 1층에 가림벽이 세워지며 ‘불통 대통령’이란 오명에 갇혀 퇴색하고 있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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