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눈 주위를 만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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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사과하시고 발언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네. 이미 사과를 드렸고 발언에 유념하겠습니다.”(김용현 국방장관)
“이미는 빼시고 다시 한번 사과하세요.”(추 의원)
“……”(김 장관)
“사과는 여러 번 해도 괜찮은 겁니다. 사과하세요.” (추 의원)
“했습니다.” (김 장관)
지난 8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고압적 답변 태도를 지적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다가 “군복 입고 할 얘기 못 하면 더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 “표현이 과했던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추 의원은 ‘××’이 장애인 비하 표현이라며 다시 한번 사과하라고 강하게 요구했으나, 김 장관은 끝내 응하지 않았다. 통상 국정감사 때 피감기관(행정부) 수장인 장관이 답변 과정에서 말 실수를 하면 의원들에게 거듭 사과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2일 국방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질문하는 청문위원에게 “말조심하라” “거짓선동”이라며 고압적 답변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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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지난달 6일 취임 뒤 한 달 만에 국정감사를 맞아 정책 역량, 정무 감각·능력, 품격과 리더십이 공개 평가를 받았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인 그는 국방장관의 양대 업무인 군정(행정)과 군령(작전) 가운데 군령 분야 질의에는 자신있게 답변했으나, 전역자 취업 관련 통계 등 군정 분야는 서툴고 준비가 부족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김 장관은 국방부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정무 감각과 품격에도 의문 부호를 남겼다. 그는 야당 의원으로부터 “현실인식이 빈약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불편한 질의에 대해서는 바로 발끈했고, 못마땅한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실세로 꼽히는 김 장관에게 공격적 질문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야당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거세게 대응했다. 그는 특히 군 내 충암고 출신들을 일컫는 ‘충암파' 논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대통령 관저 이전, 계엄 논란 관련 질의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 “그냥 웃겠다” “예의를 지켜라” “정치선동 계속한다는 건가” 등 원색적 답변으로 맞받아쳤다. 문제가 된 ‘××’ 발언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김 장관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방첩사 방문과 관련해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논쟁하다가 “겨우 말한 근거가 그것이냐. 더 이상 군의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은 삼가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대상인 피감기관 수장이 감사위원(국회의원)의 질의 내용을 마구 평가하고 깎아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정상적 질의에 군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얘기를 했는데 아주 부적절하고 도를 넘는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이라며 국가를 분열시키고 하니까 경호처장을 하면서 닮은 거냐”고 따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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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과 여 사령관이 충암고 선후배 사이인 점을 들어 “충암고 기운이 넘친다”며 “장관께서 여 사령관 (비호)하는 것을 보면 전두환·차지철 같아서 아주 좋다”고 비꼬았다. 이에 김 장관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비아냥거리는 답변으로 맞불을 놓았다. 박선원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집권 때인 1970년대 후반 권력 전횡을 일삼다 10·26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을 맞고 숨진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에 빗대 비판하자 “저는 그 발가락에도 못 따라간다”고 응수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12·12 쿠데타의 사실상 원인 제공자인 차지철을 존경하냐.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하냐”고 하자 그는 “(차지철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자꾸 날 차지철에 비유하냐. 더는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0시에 끝난 국정감사 내내 민주당 의원들은 “기세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다. 뭘 믿고 큰소리 치나”(추미애 의원), “군의 수장인 장관의 말씀에는 품과 격이 달라야 한다. 말의 엄중함이 있어야 한다”(안규백 의원), “정책 감사하려고 하는데 장관 태도가 못하게 하고 있다”(박선원 의원), “본인들 성질을 못 이겨 대통령을 욕먹이는 것”(황희 의원), “국감장에서 ××이라는 발언은 처음 들어본다”(부승찬 의원) 등 질타를 쏟아냈다.
김 장관의 고압적 답변 태도를 두고 보수 유튜브 등에서는 “파워당당 김용현”이란 칭송이 나왔다. 하지만 2025년도 예산 61조5878억원을 편성한 국방부 당국자들은 속앓이를 하게 됐다. 거대 야당의 도움이 절대 필요한 국회 예산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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