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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정근식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예해야”[서울시교육감 후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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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한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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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열리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윤호상, 정근식, 조전혁, 최보선 후보 등 총 4명이 출마했다. 현재까지 판세는 단일화를 이룬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와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의 양강 구도로 좁혀진 것으로 평가된다. 진단평가 도입, 학생인권조례 및 혁신학교 폐지 등을 놓고 양쪽 진영의 입장은 선명하게 대비된다. 진보 진영은 조희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계승하되 기초학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보수 진영은 지난 10년의 서울 교육을 ‘실패’로 규정하고, 초등학교 진단평가 실시 및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 후보와 조 후보를 각각 만나 주요 공약과 교육 철학에 대해 물었다.


정근식 후보는 “국가나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지원해주는 교육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선거 구도를 “미래와 과거, 상식과 비상식”으로 정의했다. 정 후보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서울시교육청 역사위원회 설립,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등을 공약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초학력 보장을 공약 1순위로 세웠다.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에 동의하는 것인가.

“전국적으로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 기저에는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며 문해력이 떨어지는 등의 인구 효과가 작용하는 것 같다. 서울은 전국 평균보다 나은 편이다. 학년별, 과목별로 기초학력 수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하겠다. 학생 개인에 대한 학습 진단, 맞춤형 컨설팅, 피드백이 연계된 서울형학습나침반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교육감이 되면 친일 기술 논란이 벌어진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 취소해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할 것인가.

“그건 민감한 문제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교육감이 일률적으로 검정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 학교마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서 월권 행위일 수도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막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발의된 학생인권법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교권 문제와 연결돼 있어 학생인권법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조금 더 생각 중이다. (학생인권법에) 오히려 선생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교권 문제와 학생 인권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실에서 고소·고발전이 난무하는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교권보호법이 실질적 효과가 없는 건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중재 이전에 수사나 조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걸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권보호법이 실효적으로 되려면 교육적 조치로 학교장이나 교육감이 중재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져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교육적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조희연 전 교육감 정책 중 보완할 지점은 없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냈는데 시민들과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서울교육플러스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들이 교육정책에 참여하도록 하겠다. 서울교육플러스위원회는 기존 학교운영위원회를 확대 발전하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후임 교육감이 이어갔으면 하는 정책으로 특수학교 설립을 언급했는데.

“특수학교를 자치구별로 하나씩 늘려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다.”

-혁신학교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가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적 능력,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려는 학교다. 미래형 교육 모델에 더 가깝다. 다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수요가 있을 때 혁신학교를 늘릴 수 있다. 교육감이 마음대로 혁신학교 만들어라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자사고, 특목고에 대한 입장은.

“그 문제는 현행대로 하기로 논쟁이 어느 정도 다 끝나지 않았나. 폐지하거나 더 늘리진 않을 것이다. 다만 과학고는 과도한 의대 쏠림 현상 때문에 원래 설립 취지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향신문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한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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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생각은.

“유예해야 한다. 1~2년 정도 교육적인 효과를 검증한 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실제로 자기주도형 학습에 도움을 주느냐, 안 주느냐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과거 암기식 표준전과형 교과서다’ ‘기존 교과서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경청해야 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KBS 토론회를 보이콧하고 야권 성향 유튜버들과 토론회를 열었다.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는 ‘진보·보수 유튜브 다 불러서 일 대 일로 토론회하자’고 제안했는데.

“그걸 하려면 먼저 KBS에서 내게 조전혁 후보처럼 일 대 일 대담회 시간을 줘야 한다.”

-조 후보 측은 후보에게 ‘교수 출신이라 유·초·중등교육을 잘 모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랑 사진 찍더니 어느날 진보 진영 단일 후보가 됐다’고 비판하는데.

“본인은 유·초·중등교육 출신인가. 사진은 2020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시절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때문에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와) 만나 찍은 것이지, 이번 교육감 선거 때 찍은 게 아니다. 한 마디로 음해다.”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나 공천관리위원장 후보군에도 늘 거론됐다.

“내가 정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다. 혁신위원장이나 공관위원장으로 거론된 것은 당에서 필요하니까 얘기를 한 것이지, 내가 정치권에 시켜달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정근식에 투표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미래로 나아가고 싶다면 내게 투표해달라. 상식적인 사람한테 투표를 하느냐, 비상식적인 사람한테 투표를 하느냐 그 차이도 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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