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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영업익, 기대보다 1.3조↓…삼성 반도체 수장 “투자자에 송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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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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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 3분기(7~9월)에 영업이익 9조원대의 잠정실적을 8일 발표했다. 지난 2분기에 7개 분기 만에 겨우 넘은 10조원 벽이 다시 무너지며,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어닝 쇼크’였다. 경영진은 이날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며 쇄신을 약속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 9조1000억원, 매출 79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6.66% 늘었고, 영업이익은 12.84%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기대보다 낮았다.

증권가에선 당초 실적 부진을 예상하며, 영업이익 14조원대 전망치를 10조원대로 잇따라 낮춰 잡았다. 최근 한 달간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는 10조4047억원이었다. 10조원대 사수를 관건으로 봤지만 이마저도 밑돌았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 부진 탓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했지만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며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 D램이 주춤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달러화로 결제하는데 최근 원화 강세인 환율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의 3분기 영업이익을 지난 2분기(6조5670억원)보다 낮은 4조~5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내고 “메모리 사업은 서버·HBM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레거시) 제품 공급이 증가한 가운데 일회성 비용(성과급 등)과 환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HBM3E의 사업화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가전·모바일 사업이 속한 디바이스경험 부문(DX)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됐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증권가에선 한동안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크게 회복되지 않으면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완제품 사업부에서 4분기에 마케팅 등 비용을 많이 쓴다”며 “영업이익이 3분기 대비 더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후 주가는 내림세를 보이다 전날보다 1.15% 내린 6만300원에 마감했다.

이날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이례적으로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 관련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입장문에서 전 부회장은 먼저 경영진으로서 “송구하다”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 앞날에 걱정을 끼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고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겠다”며 세 가지 극복 방안을 내놨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이다. 전 부회장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며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의 메시지가 DS 부문 대대적 쇄신을 시사한다”라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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