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오른쪽)·정정미 헌법재판관이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두 번째 변론 준비기일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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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관이 8일 열린 이진숙 방송위원장의 탄핵 심판에서 당장 다음 주부터 발생할 ‘헌법재판소 마비’ 사태에 대한 국회의 입장을 따져 물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의 임기가 오는 17일 만료되는데, 국회가 선출하는 후임 인선이 정해지지 않아 변론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문형배 재판관은 이날 이 위원장의 탄핵 사건 변론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11월 12일 (탄핵 심판) 변론이 예정돼있는데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6명이 남게 되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변론을 열 수 없는데, 이에 대한 청구인(국회)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 대리인은 “특별히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관이 “대응 방안도 없으시겠네요”라고 하자, 대리인은 “그건 국회에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이 위원장 측 대리인에게도 “국회가 만든 법률에 따르면 (헌재가) 변론을 열 수 없다”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해보라. 헌법은 법률의 상위”라고 말했다.
문형배 재판관의 지적은 국회 몫인 차기 헌법재판관 3명의 선출 절차가 여야 공방으로 멈춰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번에 퇴임하는 재판관은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이다. 이 소장은 과거 자유한국당, 이영진 재판관은 바른미래당, 김기영 재판관은 민주당 추천으로 2018년 선출됐다. 원래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당시 원내 교섭단체가 3개로 늘어나면서 각각 재판관을 추천했었다.
그런데 6년 만에 다시 교섭단체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2개로 줄고, 여소야대 상황이 되면서 재판관 선출 방식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관 퇴임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후임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23조에 따라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데, 이 소장 등이 퇴임하면 아무런 심리도 할 수 없게 된다.
통상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헌재 공백 사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이진숙 위원장 탄핵 심판을 비롯한 주요 사건 심리가 모두 멈추게 된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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