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전쟁이 1주년을 맞았지만,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32개월째 진행 중이다. 유가 재상승과 경기침체가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그런데 이스라엘과 러시아가 전장을 비우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장기전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결과는 주변국 경제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과 난민의 경제적 여파를 분석했다.
8일 오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칸유니스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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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전쟁은 발발 1년을 넘겼지만, 오히려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주년을 맞은 지난 7일(현지시간)에도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무장세력들과 교전을 벌였다.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후 이스라엘은 재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32개월째 멈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러시아의 쿠르스크주를 기습적으로 공격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격전지인 부흘레다르를 지난 3일 점령했다. 러시아는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는 2025년 국방비 예산을 올해보다 25% 늘렸는데, 이는 전체 정부지출의 40%에 달한다.
이제 사람들은 두개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보다 세번째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드리우는 그림자도 더 짙어졌다. 석유 가격의 급등과 세계 인플레이션의 재등장은 어쩌면 표면적인 악영향일지도 모른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지역의 전장戰場을 사실상 강제로 떠나고 있는 피난민들의 대량 이주가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의 경로=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노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하면, 국제 유가는 단기적으로 팬데믹 기간의 수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월간 평균으로 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022년 5월 114.67달러로 가장 높았다.
최근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전면전이 펼쳐지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유가는 배럴당 95달러(골드만삭스), 호르무즈해협까지 봉쇄하면 150달러(피치)라는 구체적 전망도 있다.
유가의 재상승은 세계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에 빠뜨릴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반드시 물가도 오르는데,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현재 경기침체의 입구에 와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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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2%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GDP 증가율도 6분기 만에 역성장하며 -0.2%를 기록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 상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 고의적 장기전 의혹=적어도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피난민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의 경제가 와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지난 9월 17일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집을 버리고 대피한 이스라엘 북부지역 거주민 6만3000명을 다시 이스라엘 영토로 데려오는 게 전쟁의 목표"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2022년 전쟁을 피해 해외로 이주한 100만여명 중에서 절반이 1년 만에 돌아왔다고 발표했다.
미친스키 교수는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는 지역까지 차단하고 있어 난민 구제 활동조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부터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량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 지역 전체를 비우는 군사 작전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에서 강제 이주시켰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말 처음 침공한 이후 3개월간 603만명이 넘었고, 지난 2년 8개월간 900만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9월 24일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난민 수가 672만명이라고 발표했다.
폴란드에만 우크라이나인 97만명이 대량 이주했고, 현재 망명이나 영주자격 등을 요청한 인원은 183만명에 달한다. 체코로 간 우크라이나인은 37만명, 입국을 요청한 인원도 61만명이나 된다. 국경을 임의로 넘어간 우크라이나 난민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6일 러시아 육군이 모처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122㎜ 다연장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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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러시아 경제의 성장=전쟁의 경제적 대가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장이 어느 지역에 펼쳐지느냐다. 전장이 자국 영토가 아닌 지역에서 펼쳐졌던 러시아와 이스라엘 경제는 여전히 굳건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적국 주민들을 사실상 강제로 이주시키기 위해서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간다는 주장의 근거는 숫자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무려 14차례나 당했다. 아울러 미국이 주도한 스위프트(SWIFT) 금융망 외에도 그 대안으로 이용하는 금융 메시지 전송 시스템(SPFS)을 이용하는 것도 금지됐다. 러시아가 받는 개별 경제 제재는 1만6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22년 -2.1%에 이어 2023년에는 미국과 유럽보다 높은 3.6%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간의 대량 이주는 주변국 경제를 피폐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IMF는 2016년 발표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갈등과 난민 위기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2010년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 증가로 레바논 인구가 25% 증가하고, 요르단의 인구가 10% 증가해 예산, 공공 인프라, 노동시장과 주택시장에 압박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시리아는 내전 여파로 2015년 GDP가 2010년의 절반으로 줄었고, 예멘은 내전으로 2015년에만 GDP가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적국에 전장을 마련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을 사실상 강제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경제적 책임을 주변국으로 전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900만여명이 산재한 유럽,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난민 290만여명이 증가한 중동 지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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