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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경보기 울리자 일단 껐다…7명 숨진 부천 호텔 화재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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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투숙객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는 경찰 수사 결과 소유주와 직원 등이 안전 관리와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났습니다.

처음 불이 난 7층 객실의 방화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복도로 빠르게 확산한 데다 호텔 직원이 화재경보기를 껐다가 2분가량 지난 뒤 다시 켜 투숙객들의 대피가 늦어진 탓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건물 소유주 A(66) 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이들 중에는 호텔 운영자 B(42) 씨, A 씨의 딸인 C(45·여) 씨, 호텔 매니저 D(36·여) 씨도 포함됐습니다.

A 씨 등은 지난 8월 22일 저녁 7시 40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 호텔에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객실 화재로 투숙객 7명을 숨지게 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을 받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7층 810호 객실에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에서 처음 불이 시작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국과수는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에서 '아산화동 증식'이 식별됐다며 전기적 발열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경찰에 밝혔습니다.

아산화동 증식은 저항이 커져서 접촉부가 산화해 발열하는 현상입니다.

A 씨는 2004년 준공된 호텔을 2017년 5월 인수했고, 1년 뒤 모든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영업 지장 등을 우려해 전체 배선을 바꾸지 않고 기존 전선을 계속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에어컨 설치 업자는 전선의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려워지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고도 절연 테이프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전선은 통선(하나의 전선)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연결할 경우 습기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각종 안전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후 호텔 관계자들은 에어컨 정비 기사로부터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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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는 경찰 및 소방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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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에어컨 정비 기사가 2018년 말부터 2020년까지 여러 차례 '올해도 배선 상태가 엉망'이라고 호텔 측에 얘기했다고 한다"며 "총 63개 객실 가운데 15개 객실은 맨눈으로 볼 때도 20년 된 전선의 상태가 부실해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화재 후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유로 처음 불이 난 810호 객실 현관문에 '도어 클로저'(자동 닫힘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사실을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이 호텔 객실문은 상대적으로 방화 성능이 좋은 '갑종 방화문'으로 설치돼 있었지만, 도어 클로저가 없어 불이 난 810호의 객실문은 화재 당시 활짝 열려 있었고 연기가 복도와 위층으로 급속히 퍼졌습니다.

방화문은 항상 닫혀 있거나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합니다.

또 호텔 측이 환기를 이유로 7∼8층 복도의 비상구 방화문을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해 열어둔 것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은 "현재 관련법상 방화문이 닫혀 있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도어 클로저 설치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호텔은 도어 클로저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리자 호텔 매니저 D 씨가 일부러 기계 작동을 멈춘 사실도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올라간 D 씨는 화재를 확인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화재경보기를 다시 켰으나 이미 '골든타임' 2분 24초가 지난 뒤였습니다.

경찰은 사망자 7명 가운데 7∼8층 투숙객 5명은 화재경보기가 꺼지지 않았다면 살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D 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려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비상벨이 울리면 일단 끄고 실제 화재인지 확인 후 다시 켜는 것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져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객실에 있어야 하는 간이완강기도 63개 객실 가운데 절반가량인 31개 객실에는 없었고, 9개 객실의 완강기 로프 길이는 각 층 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등 피난 기구 관리도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호텔 운영자이자 소방 안전관리자인 B 씨는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소방 계획서 역시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화재 당시 7층 객실에서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공기 안전 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사망한 상황과 관련해 경찰은 소방 당국에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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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7층 807호 남녀 투숙객 2명은 복도의 화염이 객실 안까지 번지자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습니다.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운데 지점이 아니라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혔습니다.

불과 2∼3초 뒤에 남성이 뛰어내렸고, 큰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습니다.

경찰은 여성 투숙객이 에어매트로 떨어지기 전 내부 화염이 매우 거세 소방 구조대원이 객실에 들어가기 어려웠고, 간이 완강기조차 없는 객실이어서 유일한 구조 수단은 에어매트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807호 객실 바로 아래 지상은 호텔 주차장 입구로 7도가량의 경사가 있었고, 주변에 벽이 있어 건물에 에어매트를 밀착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했습니다.

김 단장은 "소방대원들은 급박한 현장 상황에서 경찰관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비교적 신속하게 에어매트를 설치했다"며 "에어매트와 관련한 소방 자체 매뉴얼이 없는 데다 뒤집힐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구조 장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을 소방 당국에 통보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우 기자 hitr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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