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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학생들의 문해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를 엉뚱하게 해석하는 일화들이 문해력 저하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단순히 ‘어휘력 부족=문해력 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문해력 논쟁의 발단은 지난 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초·중·고교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 결과였다. 교총은 교원들의 절대다수(91.8%)가 과거에 견줘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답한 조사 결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 사례들을 함께 소개다. 학생들이 ‘두발 자유화’의 두발을 두 발로 이해한다거나, 시발점(일이 시작되는 첫 계기)을 비속어로 받아들였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해력 담론이 어휘력 부분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총체적인 과정이고, 이 가운데 어휘력은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8일 한겨레 통화에서 “문해력은 크게 보면 어떤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게 주장인지 등을 구분하는 능력”이라며 “어휘력만을 문해력의 잣대로 삼는 것은 너무나 단세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에 발생하는 어휘력 차이는 늘 있었던 일로, 이것으로 문해력을 가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신지영 고려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두발 자유화 같은 단어들은 현재 일상에서 많이 쓰지 않는 단어들이다. 단어란 시간(시대)에 따라서 사용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1980년 ‘대학생들의 국어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대학교수의 논문을 인용한 기사를 언급하며 “내용을 보면 재밌다. 한자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거나, 한자음을 모른다, 사촌 이상의 친족 명칭을 잘 모른다는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는 1990년대에도 있었던 얘기”고 말했다.
김진해 교수도 “지금껏 문해력을 측정하는 도구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어휘들이다 보니 어휘력이 문해력의 가늠자 구실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 있다. 턱없이 부족한 독서량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문해력 저하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철이든 버스를 타든 보면 다들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 않나. 글도 보지만 대부분 영상을 보는 건데, 그에 부합하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문해력이 향상됐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탓하기 전에 기성 세대가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지영 교수는 “‘핸드폰 좀 그만 보라’라고 하면서 어른들 자신은 어떻게 하는지 보라.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정말 처참하다.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성인이 60%에 육박한다. 아이들은 말로 배우지 않고, 행동으로 보고 배운다”며 “어른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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