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에서 형사 노상철을 연기한 배우 고준. (주)애닉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분들에게 ‘제가 현존하는 형사 역할 중에서 가장 리얼하게 그려보겠다’고 약속했어요. 잘 지켜졌는지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최근 종영한 문화방송(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이하 백설공주에게)에서 형사 노상철을 연기한 배우 고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백설공주에게’는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을 뼈대로 한 14부작 드라마로, 주검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쓴 청년이 10년형을 받고 출소한 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렸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정우(변요한)와 노상철이 힘을 합쳐 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간다. 첫회 시청률은 2.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저조했으나 입소문을 타며 지난 4일 마지막회 시청률은 8.8%를 기록했다.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 장면. 문화방송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준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굳건하게 경찰로서의 사명을 다하려는 형사를 표현했다.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은 “공권력이 무능하게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는데 노상철은 무능하지 않은 공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고준은 그런 경찰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기 위해 실제 경찰서에 찾아가고 잠복도 함께 했다. 그는 “(경찰들을 만나보니)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 열망이 어마어마했다. 조서를 쓸 때는 감정이 없어 보일 정도로 차가운데 이후에 물어보면 ‘너무 화가 난다’고 하더라. 그걸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복도 사복이라서 옷차림에 신경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일상성을 고증하려고 노력했다. ‘형사처럼 보여야지’라는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준은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한 이후 20년 넘게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 활동을 했지만 항상 좋은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는 “수작에 대한 갈증이 많았는데 이 작품이 첫 단추가 될 것 같다”며 “내 자신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인 편인데 노상철을 연기했다는 게 처음으로 덜 부끄러웠다. 작가님이 잘 쓰신 공도 있고 후반 작업으로 안 보이는 곳에서 수고해주신 분까지, 모든 톱니바퀴가 자신의 역할을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영을 하니까 마치 실연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떠나보내기 싫고 짠하고 이상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극을 이끈 변요한과 고준, 권해효, 이가섭, 김보라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특히 처음에는 서로 반목하다가 조력자로서 서로를 이끌어주는 고정우와 노상철의 관계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준은 “(마지막회에서) 재판 결과를 들으면서 요한이가 울더라. 그걸 보고 대본에 운다는 말은 없었는데 저도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요한은) 대사가 많지 않고 아픔을 눈으로 다 표현해야 한다. ‘어떻게 끌고 가지?’ 했는데 너무 잘해서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또 낯선 이방인인 하설 역할을 맡은 배우 김보라에 대해서 “보라는 연기 천재인데 조금 덜 나와서 아쉽다”고 전했다.
고준은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고 위로받길 바란다는 소망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역할의 시작은 인물의 트라우마를 추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그 사람의 트라우마를 연기하고 그 입장의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나를 대변해줬구나’ 하며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기를 넘어)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력을 갖고 싶다”며 “(그 일환으로) 실력 있는 배우들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