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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인구변화 파도, 어디부터 덮칠까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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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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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저출산 극복에 중점을 두었던 인구정책은 장차 인구변화로 나타날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무게를 더해가는 경향을 보인다.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0으로 높인다는 정부의 목표가 실현된다고 해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장기적인 추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구변화의 파급효과를 전망하고,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전국’과 ‘총량’을 주로 따지는 현재의 총론적인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지역·부문의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맞춤형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인구변화가 초래할 노동수급 불균형 문제는 그 좋은 예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절벽’을 우려하지만, 향후 20~30년 동안 노동시장에서 나타날 현상은 전반적인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부문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장차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의 어떤 산업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까? 최근 필자와 엄상민 경희대 교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구와 산업·기술 변화에 따른 2032년까지의 각 시도·산업별 노동수급 불균형 규모를 전망한 바 있다. 아래에는 이 연구의 주요 결과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지역·산업별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방안을 모색해본다.



첫째,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서울·경기·세종·제주를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서 대규모 인력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돌봄 서비스 수요 급증을 반영한다. 장차 ‘돌봄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이 부문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 적절한 유형의 외국 인력 도입 등을 통해 돌봄 인력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강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고령 친화적인 주거와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등 돌봄 서비스 수요를 줄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서울과 경기에서는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첨단 업종에서 상당한 규모의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이 성장하면서 인력 수요가 커지는 한편, 청년 인구 감소로 인해 이 부문 노동 공급이 줄면서 나타날 현상이다. 이와 같은 인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 자본을 갖춘 인력 공급을 늘리기 위한 교육·훈련의 개선이 요구된다. 고숙련 인력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 불균형이 더 심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첨단산업 사업체의 지방 분산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울산·경남·대구·경북 등 동남권 지역에서는 대규모의 제조업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업화 초기 이 지역 제조업체에 대거 진입했던 인력이 고령화되고, 이 지역 청년 인구가 유출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인력 부족을 덜기 위해 은퇴 나이가 되었어도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또한 이 지역 일자리의 질, 근로 여건, 생활 환경 등을 개선함으로써 청년 인구를 유인하는 노력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 산업에 적합한 유형의 외국인 근로자를 더 많이 유치하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구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과 부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각기 다른 지역·산업 사정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인구변화가 초래할 노동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은 노동뿐만 아니라 산업, 교육, 복지, 의료, 지역 균형, 외국인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따라서 인구변화 대응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 내 여러 부처 간의 유기적 협력과 정책 조율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인구변화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현재 정부가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가칭 인구전략기획부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신설되는 부처에는 전체 인구문제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면서도 각 지역·부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작업이 요구될 것이다. 이 어려운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새 부처의 조직, 기능, 권한 등이 잘 정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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