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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10월개막 '아트바젤 파리' 스위스바젤 넘어설까…한국선 국제갤러리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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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세계 정상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Art Basel)이 올가을 파리에서 본격적인 장을 펼친다. 2024년 버전부터는 제대로 진용을 갖추고 대폭 확장된 규모와 내용으로 파리 현대미술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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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구본창 작품2024.10.07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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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은 지난 2022년 자신들이 급소를 찌르며 쓰러뜨린(결국 단박에 공중분해됐다) 유구한 역사의 파리 본토 아트페어 '피악(Fiac)'을 의식해서 처음엔 '파리+ par 아트바젤'이란 긴 이름으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아트바젤을 내세우기 보다 세계문화예술의 수도 파리를 앞세우며 "기존 아트페어와는 성격을 달리 하는 파리에 특화된 아트페어"를 약속했다. 첫해에는 30개국에서 156개 갤러리가 참가했고, 두번째인 2023년에는 33개국에서 154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장소는 아름답고 거대한 유리돔 전시장인 그랑팔레(Grand Palais)가 공사에 들어가 그랑팔레 에페메르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그랑팔레가 3년이라는 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아트바젤을 품을 준비가 되자 아트바젤측은 복잡했던 1,2회의 명칭을 내던지고, '아트바젤 파리(Art Basel Paris)'라는 원래 계획했던 이름으로 당당하게 진격한다. 명칭을 바꾸기 위해 프랑스 문화부와 파리 시와 협의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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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4.10.07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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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6일 VIP 오프닝을 시작으로 20일까지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파리'에는 전세계 42개국에서 195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eries)'를 필두로, 신흥 갤러리들과 신예 작가들을 위한 '이머전스(Emergence)',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술양식을 조명하기위해 올해 처음 시도되는 '프레미스(Premise)'까지 총 3개 섹터로 꾸며진다.

이밖에 올해 아트바젤 파리의 공공 프로그램 부문 공식후원사인 패션브랜드 '미우미우(Miu Miu)'와의 협업으로 도시 곳곳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 요즘들어 가장 핫한 럭셔리 브랜드로 늘 화제를 선점하는 '힙한 패션' 미우미우가 적극적으로 아트바젤 파리와 손잡음으로써 파리의 생동감 넘치는 문화예술 현장이 더욱 엣지있고 독특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미우미우의 제안과 함께 아트페어의 도시로서 파리는 많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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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이승조 '핵 88-50' 1988. Oil on canvas 146x90.5cm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10.07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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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는 수백 년이 된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 인스티튜션이 곳곳에 즐비하게 포진해 있는가 하면, 명품패션의 도시답게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집결돼 있다. 이로써 도시 사이즈가 대단히 작고, 건조하기 이를데 없는 스위스 바젤에 비하면 파리는 한층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미식의 도시답게 최고급 레스토랑과 특화된 레스토랑들이 넘쳐나고, 호텔 등 숙박시설도 풍부해 아트페어를 찾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게다가 스위스 바젤에 비해 파리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것도 큰 메리트다. 페어를 개최하는 해외 갤러리들로썬 아트바젤 바젤 보다는 아트바젤 파리가 선택의 폭이 넓고, 훨씬 유연해 끌릴 수밖에 없다.

물론 당분간은 세계 최강의 아트페어로 지난 54년간 '글로벌 1위' 자리를 고수해온 아트바젤 바젤(1970년에 론칭)을 이길 페어는 지구상에 없다. 아트바젤 파리가 여러 경쟁력을 장착하고 바젤의 위상에 올해부터 제대로 도전한다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미식 쇼핑 레저시설이 풍부하고, 도시 사이즈에서 비교가 안되며,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미술관과 브루스 드 커머스 피노컬렉션 등 어마무시한 역대급의 멋진 사립뮤지엄이 또아리를 틀고 매머드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는 파리가 스위스 바젤을 넘어서는 건 결국 시간문제라는 예견도 있다. 이 예견 또한 설득력이 없지 않아 과연 언제쯤 파리가 바젤의 위상을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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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4.10.07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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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첫 해부터 한국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아트바젤 파리에 참가해온 국제갤러리는 '갤러리즈' 섹터에서 국내외 근현대 미술가들의 수작들을 대거 선보인다.(2024아트비젤 파리는 '기존 피악에 참가했던 프랑스 화랑을 가능한 수용한다'는 원칙 때문에 프랑스 갤러리가 64개에 이를 정도로 많아서일 수 있겠으나, 유독 한국 갤러리에게는 문턱이 높다. 3년째 국제갤러리만이 참가 중이다.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가 어렵다면 이머전스, 프레미스 섹터에라도 한국 갤러리를 낙점할 법도 한데 여기서도 제외됐다)

국제갤러리 부스의 전면부에는 '묘법'연작을 세라믹으로 재해석한 박서보의 'Écriture (묘법) No.220701'(2022)이 걸린다. 전문 도예가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연작은 색상은 물론 세라믹의 주재료인 '흙'을 통해 작가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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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박서보(1931–2023) 'Écriture No. 220701' 2022 Acrylic on ceramic 98 x 76.2 cm ©PARKSEOBO FOUNDATION.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4.10.08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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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캔버스)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의 작가' 하종현의 'Conjunction 23-71'(2023)도 컬렉터들이 관심을 가질 작품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올해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 등에서 개최되었던 순회전 '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를 통해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하종현의 작품은 현재 미국 덴버미술관의 기획전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지 화면에 구멍을 뚫고 염료를 흘리는 등 동양적 재료인 한지의 물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 권영우의 'Untitled'(c.1980s)와 한지의 주재료인 닥나무 속껍질을 묽게 반죽해 화폭 위에 놓는 방식으로 제작하여 닥 자체의 미감이 돋보이는 정창섭의 'Meditation 9620'(1996)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또한 추상표현회화로 주목받아온 최욱경과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한 이승조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승조 작가는 현재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의 기획전 '현대카드 퍼스트 룩'에서 차가운 색감 및 화면구성의 대비가 돋보이는 파이프 형상의 '핵' 연작을 전시 중이다.

이밖에 한국의 1세대 여성조각가 김윤신의 조각과 회화, 사진작가 구본창이 2016년부터 시작한 '황금' 시리즈의 일부인 'Gold(KR 046)'(2023)도 페어에 출품된다. 또한 국제갤러리에서 현재 개인전을 개최 중인 함경아의 자수회화 작품 '유령 그리고 지도/시 06WBXS01V2'(2018–2024)와 양혜규의 황홀망 신작 '봄 풍등 거미 갑옷 야상곡 – 황홀망 #251'(2024)도 부스에서 관람객들을 맞는다.

양혜규는 현재 미국 시카고 아트클럽에서 평면작업들을 집중 조명하는 '양혜규: 평평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9일부터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에서 영국에서의 첫 서베이 개인전 '양혜규: 윤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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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Lisa Lyon〉 1981 Silver gelatin 50.8x40.6cm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4.10.07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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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트바젤 파리에 국제갤러리는 각국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거나 예정하고 있는 해외작가들의 주요 작품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20세기 후반 전세계의 비평가와 예술가들에게 가장 호평받은 미국의 현대사진작가로 시대적 아이콘이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섬세한 작품인 'Lisa Lyon'(1981)을 출품한다. 최근 2025빌헬름 렘브루크 조각상을 수상한 인도출신 영국 현대미술가 아니쉬 카푸어의 폭발적인 과슈작품 'Witness'(2022)와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조각작품 'On Target, Fig.8'(2022)도 국제갤러리 부스에 걸린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현재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Space'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오는 10월 15일부터는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 'L'Addition'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전을 갖는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오는 11월 3일까지 서울점 K1, K3와 한옥공간에서 함경아의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를 개최한다. 자수프로젝트로 명성을 구축한 함경아의 작업은 화려한 색채, 노동집약적 표면, 미학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동과 통제불가한 과정의 변수가 응축돼 주목된다. 오랫만에 그간의 작업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새로운 연작이 다양하게 소개한다.

국제갤러리 서울점의 K2에서는 일상적인 지각 기저에서 이뤄지는 교환과 연결, 언어화하기 어려운 영향관계에 주목하는 재미 아티스트 마이클 주의 개인전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이 11월 3일까지 열린다. 아크릴 패널, 다이크로익 유리 신작 시리즈, 오랜 기간 진행해온 실버 에폭시 회화 연작 등 그간의 예술적 시도에 개인적인 서사들이 더해져 작가의 삶과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음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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