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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양금덕 할머니 — 저항의 주름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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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0년 3월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철수를 요구하며 눈보라 속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양금덕 할머니.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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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정훈 | 전남과학대 교수·시인









살갗을 파고든 굵은 선은



시름에 잠겨 펴지지 않는다





응어리가 서려 있으니



외침이 되고 저항이 된다



어둡고 칙칙한 역사의 계곡





매서운 눈과 미간 사이엔



거친 세월의 흔적이 칼날처럼 박혀



핏빛보다 짙다





향학열을 불태우던 시절



이룰 수 있다는 혀 놀림에 속아



마다하지 않은 일본행





항공기제작소의 중노동으로



고난의 나날을 보내다 보니



원망과 함께 새겨진 굴곡





그게 검푸른 어둠의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을 때 가슴 속 깊이



혁명의 불씨로 몽글거리기 시작했다





해방 후 밀린 임금 보내준다는 말만 믿었는데



외교부 수장이 찾아온다니



희미한 빛이 어둠 속을 비출 줄 알았는데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상처만 덧나고 원한만 듬뿍 쌓인 채



투쟁의 불길이 되어 타오르는구나





무슨 훈장이 대수더냐



역사적 상흔을 남긴 가해자가



양심의 꼬리표를 떼버린 현실인데





사람들아 아는가



이마 곳곳에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 서려 있음을





저들이 입맛에 맞는 대로 금을 그어



펴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음을





오늘도 깊은 주름에 배긴 땀을 닦으며



길거리로 나선다





각질처럼 두꺼운 흉터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을 그은 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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