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출자자(LP·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한 펀드를 운용 중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국민연금이 이미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고려아연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적대적으로 빼앗아 오려 했으면 최소한 '공공성'이 있는 국민연금 돈을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과, MBK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면 이득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6호 펀드의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이 중에는 국민연금 출자분 약 3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은 또한 현재 가치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고려아연 지분 7.83%를 들고 있다.
MBK가 국민연금과 해외 연기금 자금을 펀딩받은 후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자로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나선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한 MBK가 기업 사냥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연금은 개별 운용사의 투자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른 사모펀드들이 MBK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MBK가 이번처럼 적대적 M&A를 하고 싶었으면 바이아웃 펀드가 아닌 펀드를 따로 조성해 추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K 측은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2조7000여억 원을 차입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이것이야말로 고려아연에 막대한 부담을 주면서 투자자인 국민연금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현준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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