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빅토르 바우트 의원이 2024년 9월 1일 러시아 북오세티아-알레니아 지역 베슬란에서 열린 학교 포위 공격 20주년 기념식에서 2004년 이슬람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아 현재 애국 교육과 테러 예방의 중심지가 된 옛 학교를 방문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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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는 "미국 교도소에서 12년간 복역한 뒤 러시아로 복귀해 한동안 잠잠하던 바우트가 무기 중개업무에 다시 복귀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 후티 대표단이 살충제와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는데, 이들은 바우트 등과 만나 소형 무기 구매를 논의했다. WSJ은 "8월 후티 대표단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1000만달러(134억 8800만원) 상당의 무기 구매를 협상하던 자리에 바우트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주로 AK-47 돌격소총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AK-74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후티 대표단은 코르넷 대전차 미사일과 대공 무기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면서 "논의된 무기가 러시아의 대함미사일이나 대공 미사일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문은 "바우트가 연관됐다는 직접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썼다.
만약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여러 면에서 불편하게 된다. 미국은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는데, 여기에 소총이긴 해도 무기를 판매한 모양새가 된다. 또 그간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이란 지원단체 간 갈등에 관여하지 않아 왔는데 무기 지원이 이뤄진다면 미국과 러시아의 일종의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바우트의 변호를 맡았던 스티브 지수 변호사는 "만일 러시아 정부가 그(바우트)에게 미국의 적대국 중 한 곳으로 무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면,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대량 살상 무기를 보낸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16일 러시아 무기 중개상 빅토르 바우트가 미국 마약단속국 직원의 호위를 받으며 뉴욕 화이트 플레인스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공항에 도착했다./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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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러시아는 예멘의 호데이다 항구에 곡물을 여러 차례 배달한 바 있다"며 "식량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10월 초부터 호데이다 항구에 '배달'이 시작될 수 있다"며 무기 공급 가능성을 암시했다.
바우트의 무기 판매 '컴백'은 다른 각도에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그는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KGB) 소속 장교로 앙골라에서 근무하면서 무기·석유 밀매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지에서 소련제 무기를 판매해왔다. 무기 밀매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2008년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법무부 합동검거단의 '스팅 작전'으로 체포됐고, 2011년 미국인을 죽이려고 공모하고 콜롬비아 반군에 무기를 판매하려 한 혐의로 2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교도소에서 약 12년간 복역하던 그는 미국과 러시아 간 수감자 교환 대상이 되면서 2022년 12월 풀려났다. 미국 정부는 바우트를 석방했고, 러시아가 그해 마약 혐의로 체포된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를 풀어줬다. 러시아에 돌아온 바우트는 2023년 친크렘린 극우 정당에 가입한 뒤 그해 지방의회 의원이 됐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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