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싸움에선 이기고 있지만 이후 목표 명확하지 않아"
미국의 반이스라엘 시위 |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이스라엘이 확전 양상을 보이는 중동 전쟁에서 기세를 잡았지만 갈등 종식을 포함한 장기 전략이 부재한 상태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확실히 복수의 전투에서 현재로서는 승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이 같은 승리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불투명하며, 이로 이해 갈등 종식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예기치 못한 기습 공격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이스라엘은 이후 1년간 하마스를 사실상 궤멸 직전 상태로 몰고 간 것을 비롯해 이들을 지원해 온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고 이란까지 끌어들이며 중동에서 폭주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의 파상공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며 해묵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에서 시작된 전쟁의 성격은 이제 시아파 맹주 이란과 이스라엘의 중동 내 역학 구도 재편을 위한 힘겨루기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성공이 그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스라엘 북부 탈환이라는 목표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차별적 전투의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밀러 연구원은 "하마스의 군사 조직은 와해했고, 헤즈볼라는 공동화됐다"며 "균형점이 이동했으며,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한 미국 당국자는 "헤즈볼라 공격에 있어서는 확실한 이스라엘의 전략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그 다음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성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도 확전에 대해서는 경계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외부의 적과 싸움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위기 상황을 돌파해 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앞으로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재보복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 시설 타격을 포함해 석유 생산 시설, 군 기지 등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이미 거론된다.
미국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 정세는 장기 전략 부재 속에 돌이킬 수 없는 불구덩이로 던져질 위험이 한층 농후해진다.
또 다른 당국자는 관련해 "이스라엘 정부 내에도 지금이야말로 이란을 그들의 대리 그룹과 분리할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시각과 미국의 조언을 따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의 다음 행보는 논의 중"이라며 "만약 내가 그들이라면, 정유 시설을 타격하는 이외 다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이스라엘이 호전적 언사와는 별개로 이란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이란의 재반격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한층 정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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