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국·과장에 사비 걷어 식사 대접
공무원 10명 중 7명 '부정적이다'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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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500만 원 받는 분들이 200만 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 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공직 사회에서 하급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국·과장들에게 밥을 대접하는 이른바 '모시는 날' 관행에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시는 날' 관행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2,526명 중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모시는 날'은 주로 7~9급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소속 부서 국장(4급)이나 과장(5급)에게 주기적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관행이다.
응답자 중 5,514명(44.0%)은 최근 1년 이내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로 점심 식사(57.6%)에 접대가 이뤄졌고, 저녁 식사(7.2%), 술자리(10.4%)를 함께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식사 비용 부담은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지출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다. 사비로 당일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답이 21.5%, 근무 기관 재정을 편법·불법 사용한다는 답변도 4.1%였다.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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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10명 중 7명(69.2%)는 '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부정적'이라는 반응도 44.7%를 차지했다.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였다. 그 이유로는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답이 84%에 달했다.
'모시는 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주관식 답변에는 하급 공무원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담겼다. "부서장의 호불호, 제철 음식을 파악하고 다른 팀과 겹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거나 "식당을 고르고 승인받고 예약하고 미리 가서 수저 세팅까지 하느라 오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만 수백 건이 제출됐고,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있었다.
위 의원은 이 같은 설문 결과에 대해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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