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임대공간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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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여럿이 함께하는 외식·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나 혼자 즐기는 혼술·혼밥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다. 달라진 취미활동으로 여가 생활도 달라졌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가 식사 후 방문하던 노래방은 사라지고 있는 반면 ‘골린이’를 겨냥한 실내골프연습장이 부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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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내린 노래방, 문 닫는 식당
특별한 기술이나 사업 경험이 필요 없어 한때 인기 창업업종이었던 노래방은 2016년 코인노래방 열풍으로 크게 늘었다가 팬데믹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편의점 혼술족이 늘고 저녁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식사 후 2·3차에 찾던 노래방에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6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2016년 3만5000여개였던 전국 노래방 수는 2020년 3만개 선이 무너졌고(2만8758개) 올해 7월 기준 2만5990개까지 줄었다. 서울 서초동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저녁 회식하는 직장인들이 없으니 방 6개 중 1개도 찰까 말까”라며 “추석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삼삼오오 노래방에 오는 일도 많았는데 이제 다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
위기가 두드러진 업종은 음식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음식업 폐업률은 19.8%로 79만개 중 15만개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손님은 줄어드는데 재료비, 인건비, 전기세, 임대료 등 운영 비용이 오른 탓이 크다. 서울 종로구에서 2대째 설렁탕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요즘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원래 8000원이던 설렁탕 가격을 지난해 9000원으로 올렸는데 그새 재료비가 더 올라 난감하다”며 “코로나 때는 손님이 적어도 정부 지원금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없으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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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카페에 골프연습장도 성황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저가 브랜드 커피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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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황 속에서 조용히 웃는 업종이 있었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이 대표적이다.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전국 편의점(직영점 제외)은 2020년 4만4858개, 2021년 4만8458개, 2022년 5만1564개, 지난해 5만3242개로 늘었다. 치킨, 피자, 샌드위치 등 델리류와 커피 등 디저트류까지 식품 구색을 확대한 덕분에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식사 수요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2020년 7만1233개였던 커피전문점은 올해 7월 기준 9만6520개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의 약 84%가 종사자 1~4명 이내의 소형 점포다. 특히 대용량 아메리카노 가격이 1500~2000원대인 저가커피 프랜차이즈의 입지가 특히 커졌다. NH농협카드가 지난 2월 발간한 ‘소비트렌드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저가커피 가맹점(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매머드커피) 이용 금액은 전년보다 37% 증가한 반면 스타벅스·할리스·엔제리너스·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가맹점 이용 금액은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불황으로 비싼 외식 대신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식음료 소비 공간으로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이 반영됐다.
골프 저변이 확대되며 젊은 층의 수요가 늘어난 골프장의 경우 실내 연습장 수가 크게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5365개였던 실내스크린골프점은 올해 7월 기준 8762곳으로 증가했다. 비용 부담을 느끼는 젊은 이용자들이 실내 골프연습장으로 몰린 결과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2017년 636만명이었던 만 20세 이상 골프활동인구는 2021년 1000만명을 넘어서며(1176만명) 큰 폭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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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절한 출구 전략 지원해야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상가에 폐업한 식당 내부가 텅 비어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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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추이로는 올해 사업체를 접는 자영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식당, 미용실, 당구장, 헬스장 등 소규모 사업장 폐점도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 전국의 폐업 미용실은 8033곳, 당구장은 797곳, 헬스장은 406곳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폐업도 작년 1~8월 16곳이던 게 올해 같은 기간에는 28곳으로 늘었다.
불황으로 업태별 희비가 엇갈리면서 정부가 회생 가능한 업종을 구분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출구 전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레드오션인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바꿔야 한다”며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에 폐업·전업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경쟁력이 높은 자영업자를 지원해 소기업으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쉽게 보고 도전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혼자서 시장 상황과 경쟁력을 판단하도록 두지 말고 전략적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폐업하는 분들이 임금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전직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력 없는 사업자가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도 막아야 한다”며 “퇴직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무작정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노인 일자리 등 적극적인 정책을 전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오삼권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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