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직결”… 해법 마련 화두
공정위, 20일내 판매대금 지급 의무화
대금지급 기준 사용자 ‘구매 확정’ 관건
네이버, 서비스 고도화… 다음날 정산
판매자들 성장 돕고 소비자 신뢰 높여
아마존·이베이 등 글로벌사 이미 도입
“선택 아닌 필수” 대세로 자리 잡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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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탓에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정산대금 지급 기한 단축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네이버를 비롯해 아마존과 이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의 경우 빠른 정산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신뢰를 얻고 있다. 좋은 판매자 확보가 이커머스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이라 이 같은 빠른 정산 시스템은 향후 더 확고한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메프 사태에 판매대금 조기지급 의무화 강화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플랫폼이 상품 구매 확정일로부터 10일 또는 20일 안에 판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 적용 대상은 매장 면적이 3000㎡(900여평)가 넘는 대형유통업자, 즉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웃렛,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이거나 직전 연도 소매업종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사업자다.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대부분 해당하는 것.
정부가 이커머스 플랫폼에 칼을 빼든 이유는 플랫폼마다 정산대금 지급 기한과 정산주기가 제각각이어서다. 통상 상품의 입고부터 재고처리까지 모두 담당하는 쿠팡, 컬리와 같은 직매입 플랫폼은 법정 정산주기인 최대 60일이며, 통신판매중개업자에 속하는 오픈마켓들은 대부분 일반정산 주기가 10일 이내다. 네이버의 경우 빠른 정산은 상품배송 시작 후 다음날, 일반정산은 구매확정 후 다음날 지급되고, 11번가도 사용자 구매확정 후 2영업일 만에 판매자에게 정산금을 100% 지급한다.
대금 지급 시작일의 기준은 사용자의 ‘구매확정’ 시점이다. 사용자가 실제로 상품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구매확정을 기준으로 매출 발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11번가, G마켓, 네이버 등 오픈마켓 대부분 일반정산은 모두 구매확정 이후에 판매 대금을 지급하고 있고, 직매입 위주인 쿠팡도 구매확정을 기준으로 주정산과 월정산을 제공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상품 수령 이후에 적극적으로 구매 확정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플랫폼은 상품 판매 후 7∼10일 안에 ‘자동 구매확정’이 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둔다. 상품 수령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교환 절차가 일어날 경우 사용자가 ‘구매확정 연장’ 등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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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빠른 구매 확정·정산 서비스 고도화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가장 빠른 정산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약 12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약 40조원의 대금을 선정산했다.
네이버가 이런 정산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려 공을 들인 기능이 바로 구매확정이다. 일반정산의 경우 사용자 구매확정 이후에 대금 정산이 가능한 만큼, 빠른 구매확정은 정산일을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어서다. 구매확정한 소비자에게는 결제 금액의 1%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네이버는 조기 구매확정을 유도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 사용자들의 평균 자발적 구매확정 비율은 47%에 달한다.
네이버페이가 자체 구축한 위험거래탐지시스템(FDS)도 업계 주목을 받는다. 네이버페이는 거래의 변동성과 위험성을 판매자 거래 지속성, 반품률, 매출변동률 등 7가지 조건을 적용해 FDS를 기반으로 빠른 정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판매자를 선정한다. 네이버 빠른 정산은 현재 월 거래 건수가 직전 3개월 연속 20건 이상, 반품률 20% 미만 판매자 중 FDS를 통과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와 주문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배송 시작 다음날 정산금 100%를 지급한다. 이는 쉽게 말해 구매확정 후 정산에서 ‘배송 후 정산’으로 정산의 구조 자체를 바꾼 실험적 모델인 셈이다.
네이버는 2020년 빠른 정산 서비스를 출시한 후 2021년 빠른 정산 지급일을 배송 완료 이후 2일에서 1일로 단축하고, 지급 비율도 90%에서 100%로 전면 확대했다. 2022년에는 상품 배송비도 빠른 정산에 포함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빠른 정산으로 지급된 배송비만 1조55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의 빠른 정산 서비스 출시 후 연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린 판매자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2017년 1만명이었던 연매출 1억원 이상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지난해 4만5000명으로 6년 만에 40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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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서도 빠른 정산이 대세
아마존, 이베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도 판매자의 성장을 돕는 빠른 정산이 대세다. 중간유통업자인 이커머스 기업들로서는 재무 건전성과 판매력을 동시에 갖춘 판매자들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정산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마존의 경우 미국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판매자가 미국 계좌를 소유하고 아마존 페이에 가입한 상태라면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이내에 정산금을 받을 수 있는 ‘익스프레스 페이아웃’을 제공하고 있다. 이베이 역시 매일 정산을 선택한 경우 사용자 제품을 결제한 후 2영업일 내에 지급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비자 구매 15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입점 업체에 준다.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후 고정 정산일인 매월 1일과 15일에 대금이 정산되는 방식이다. 자체 평가 기준을 충족한 판매자에게는 빠른 정산도 제공한다. 판매자의 판매 기간과 사용자 피드백, 환불 비율 등 요건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판매대금 정산에 대한 안정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다. 과거 아마존이 영국에서 판매대금을 일주일 이상 지급 보류한다는 내용을 영국 판매자들에게 공개하자, 영국 중소기업청이 나서서 “대기업이 소규모 기업에 대해 지급을 지연하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판매자들을 확보하는 것은 이커머스 기업으로서 필수 성장 요인”이라며 “중간 판매자들과의 상생은 이커머스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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