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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만물상] 낙하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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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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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85년 우산 모양 낙하산을 설계했다. 근대 낙하산의 시초였다. 100년 뒤 베네치아 발명가 베란치오는 이를 기반으로 최초의 낙하산을 발명했다. 100m 종탑에서 뛰어내렸는데 죽지 않았다. 1783년 프랑스 르노르망은 공개 실험에 성공했지만 얼마 뒤 목숨을 잃었다. 1802년 프랑스 가르느랭은 1000m 높이 기구에서 뛰어내렸는데 겨우 목숨을 구했다. 1911년 오스트리아 라이헬트는 낙하복을 입고 에펠탑에서 뛰었다가 사망했다.

▶현대적 낙하산은 1912년 러시아 과학자 코텔니코프가 개발했다. 1차 대전 때 조종사 탈출용으로 보급됐고, 2차 대전 직전 나일론이 개발되면서 비단 낙하산을 대체했다. 독일은 1936년 ‘팔슈름예거’ 공수부대를 창설, 네덜란드 전투에 투입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땐 미 공수사단이 맹활약했지만 피해도 컸다. 독일이 설치한 나무·철조망·해자 등 로마네스크 방벽과 고사포 공격에 무수한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낙하산으로 착륙할 때 속도는 시속 20km를 넘는다. 아파트 3층에서 떨어질 때 충격과 같다. 다리가 받는 충격은 체중의 3~4배다. 그래서 발목·무릎·엉덩이·어깨 순으로 몸을 구르는 PLF 낙법과 낙하산 속도 제어술을 써야 한다.

▶낙하산은 펼 수 있는 최소 고도가 있다. 수동은 150m, 비행기·점프대에 연결된 자동은 60m다. 하지만 줄이 꼬이거나 팔다리에 휘감기면 펴지지 않는다. 예비 낙하산도 펼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집단 강하 땐 낙하산끼리 부딪힐 수 있다. 물·나무·건물 등에 착지해도 위험하다. 2019년 미 공수부대 훈련 때 강풍이 불어 30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2020년 폴란드에선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병사들이 숨졌다. 1992년 프랑스 낙하산 대회에선 강풍으로 여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2009년 스위스 융프라우에선 전문가 5명이 암벽에 부딪혀 사망했다.

▶작년 국군의날 행사 때 특수부대 장병 9명이 집단 강하 시범 훈련 중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군 지휘부가 일렬을 맞추려 위험 고도에서 ‘낙하산 줄을 놓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공중 충돌 방지와 대오 유지를 위한 조치라지만 낮은 고도에서 줄을 놓으면 조종력을 잃고 속도를 줄이지 못해 큰 부상을 입는다. 그런데 ‘보여 주기’를 위해 무리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풍 속 집단 낙하 훈련을 하다 낙하산이 얽혀 부대원 다수가 죽거나 다쳤다. 안 그래도 위험한 낙하산 훈련에서 북한과 같은 후진적 사고가 일어나선 곤란하다.

[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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