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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여름 없던 노도강, 벌써 찬바람 … 신고가 강남3구는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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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집값 변곡점 기로 ◆

매일경제

급매물 늘어난 노원구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꺾이면서 특히 동북권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6일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급매물 전단이 붙어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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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도봉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홀로 사무실을 지키던 대표 공인중개사는 기자의 방문에 소파에 누워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는 "아파트값 올랐다고 난리라는데, 여기랑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9월 말부터는 문의 전화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1·4호선 창동역 초역세권 창동주공3단지 아파트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향후 GTX-C가 개통되고, 창동역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며, 서울 동북권 랜드마크 '서울아레나'가 조성되는 등 호재로 넘쳐나는 곳이다. 그러나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여름철에도 특례대출이 가능한 아파트나 싼 급매만 거래됐다"며 "그마저도 대출 규제가 강화된 9월 이후엔 문의조차 없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날씨만큼이나 빠르게 식고 있다.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은 더욱 그렇다.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노원구가 8월 6억5963만원에서 9월 5억9114만원, 강북구가 6억6627만원에서 5억8564만원으로 내렸다. 도봉구는 8월 5억6880만원에서 9월 5억7708만원으로 소폭 올랐다가 10월 5억2325만원으로 떨어졌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2년 전 가격이 급락한 이후 10%도 회복을 못했다"며 "강남 집값 잡겠다고 대출 규제를 한 건데 중·하급지부터 여파가 생긴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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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 주간 매매가격지수를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의 지역별 전 고점 대비 가격 비율을 계산한 결과 '노도강' 등 서울 외곽 지역일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에 올라타기도 전에 상승기가 끝나 가는 모습이다.

전 고점 대비 가격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도봉구다. 도봉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주 0.02% 오른 85.78을 기록해 전 고점인 2022년 1월 셋째 주(103.95) 대비 82.5%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이 지난주 94.0%인 점을 감안하면 한참 뒤처진 셈이다. 도봉구에서 몇 안 되는 10년 차 이하 아파트인 쌍문동 북한산코오롱하늘채(2014년 준공·293가구)는 올 들어 거래가 2건뿐이었다. 지난여름 전용 84㎡가 7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기존 최고 가격인 8억7800만원(2021년 7월)의 83% 선이다.

전 고점 대비 가격 비율은 서울의 외곽 지역일수록 낮게 나타났다. 도봉구에 이어 노원구(85.5%)와 강북구(86.3%)가 제일 낮았고 금천구(88.7%), 강서구(89.3%), 은평구(89.3%), 성북구(89.9%)가 90% 선을 넘지 못했다. 이들 외곽 지역은 조만간 상승기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여름 한때 5주 연속 0.1%대 주간 상승률을 보이던 도봉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0.02% 오르는 데 그쳤다. 노원·강북·금천·은평·강서·구로·금천·동작·관악·강동구도 주간 상승률이 빠르게 낮아지며 지난주 강보합이었다. 외곽일수록 오를 땐 덜 오르고, 빠질 땐 더 빠지는 부동산 공식 그대로다.

아파트값 급등세를 이끌었던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상급지 역시 최근 들어 분위기가 꺾였다. 오를 대로 오른 가격에 대한 부담과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9월 이후 매수세가 크게 줄었다.

서초구 반포자이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몇 달간 가격이 너무 올라 여력이 충분한 사람도 가격을 듣고는 안 사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9월 이후에 거래가 끊겼다"고 했다. 송파구 잠실의 대장주 중 하나인 '리센츠'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사고 싶어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면서도 "그런데 가격이 문제다. 최근에 너무 많이 올라 매수자들이 신고가 거래는 안 하려고 해 집주인과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강남권은 대출 규제의 영향보다 그간 미친 듯이 오른 가격이 더 부담"이라며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 몇 천만 원 수준인데, 20억~30억원 하는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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