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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과격 도로점거 시위에 최고 징역 2년…이탈리아 ‘反간디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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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2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기후 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막는 시위를 펼치다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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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도로 점거를 일삼는 과격 시위자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포괄적 보안법’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폴리티코·AFP는 이탈리아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새 보안법이 지난달 중순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에서 최종 표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행법은 ‘(사전 신고에 따라 승인받은 구역을 넘어) 도로와 철도에서 신체를 이용해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두 명 이상이 저지른 경우’ 과태료 1000∼4000유로(약 150만∼600만원)를 물도록 하고 있지만 새 법안에 따르면 최고 2년의 징역형까지 받게 된다.

이 밖에도 새 보안법엔 임신부나 1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범죄자의 구금 유예 조항을 삭제하고, 교도소 안에서 단식 투쟁 등을 통해 수감 조건에 항의하는 수감자의 징역형을 최대 8년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 단체들은 처벌 강화가 비폭력 평화 시위를 억압하는 조치라며 개정안을 ‘반(反)간디법’이라고 부르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점점 과격해져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를 엄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 법을 추진 중이다. 기후 활동가들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적지나 명화를 훼손해 관심을 촉구하는가 하면, G7(7국) 정상회의 같은 국제 행사 개최에 맞춰 기습적으로 도로 점거 시위를 펼쳐 피해를 유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초 이미 기념물이나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벌금 상한을 기존의 약 네 배 수준인 6만유로로 상향하기도 했다.

시민·인권 단체는 이 법안이 상원마저 통과하면 이탈리아에서 거리 시위 자체가 사실상 금지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인권 단체 안티고네의 파트리치오 곤넬라 회장은 “새 보안법은 젊은 환경 운동가라는 특정 대상을 겨냥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어떤 측면에선 더욱 위험하다. 성숙한 민주주의라면 소수자의 항의 표현이 보호돼야 하며, 그게 민주주의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녹색좌파연합은 “새 보안법은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진정한 공격”이라고 했고, 중도 좌파 성향 정당 ‘+에우로파’의 리카르도 마지 대표는 “이데올로기적 광기”라며 개정안을 비판했다.

반면 여당과 정부는 새 보안법이 시위할 권리 자체를 박탈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은 “이 정부는 국가의 공공질서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없는 한, 시위를 금지한 적이 없다. 다만 시위할 권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할 권리, 교통수단을 이용할 권리, 응급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보안은 이탈리아의 성장과 투자의 전제 조건이기에, 집권 중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새 보안법을 지지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기반시설·교통부 장관은 “선량한 사람은 (과격 시위 처벌 강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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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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