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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책임준공’… 부동산 신탁사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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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올 상반기 순손실은 2467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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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의 유동성이 저하되며 시장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집값 상승기 무리하게 수주한 책임준공 확약형 관리형 개발신탁(이하 ‘책준형 관리신탁’) 상품이 건설업계 부진, 주택시장 침체와 맞물려 재무 위기로 돌아오며 불안감이 증폭됐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14개 부동산신탁사는 246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전체 부동산신탁사 중 코람코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을 제외한 12개사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를 직면했다. 교보자산신탁, 무궁화신탁, 신한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곳은 신한자산신탁으로 지난해 상반기 38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는 적자 전환해 175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40억 원이던 영업비용이 1년 사이 2556억 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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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업 분기순손익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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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의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058억 원으로 지난해 1년 동안의 당기순손실(841억 원)보다 많다. 한국신용평가는 6월 KB부동산신탁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신규 수주 감소로 수수료수익이 줄어든 동시에 신탁계정대에 대한 대손 비용이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부터 적자 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한 해 375억 원, 올해 상반기 9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95억 원, 727억 원이다. 하반기 실적은 더욱 부진할 전망이다. 7월 진행한 자산 건전성 평가에서 396억 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한 탓이다. 이는 올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의 10.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추가 대손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우리자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은 영업손실 방어에 성공했으나 당기순이익 급락을 막지는 못했다. 두 회사의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이익 하락률은 76.56%(384억 원→90억 원), 22.72%(471억 원→364억 원)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부동산신탁사 업황 부진은 핵심 수익원으로 꼽혔던 책준형 토지신탁 현장에서 출발한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대신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면서 이를 담보로 시행 주체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공급하는 형태다.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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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부동산신탁사별 분기 순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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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비용으로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집값 상승기 부동산신탁사의 쏠쏠한 수입원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급증한 데 이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도 크게 높아지면서 책준형 토지신탁으로 진행되던 상당수의 PF 사업들이 부실 위험에 처했다. 부동산 호황기 동안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수준의 위험을 인수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16년 책준형 상품 출시 이후 부동산 경기 호황이 지속됨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신탁사는 위험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개발신탁 사업장에 대여금(신탁계정대)을 지급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자금(차입부채)의 규모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 부동산신탁사의 사업환경이 더욱 비우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서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실장은 “책준형 토지신탁의 경우 신탁계정대(사업비 조달을 위해 신탁사가 자기자본을 통해 직접 자금을 대여한 금액)리 PF 대주단보다 후순위에 위치하다 보니 자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손실을 부담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를 원인으로 한 부동산신탁사의 재무건전성 부담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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