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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트럼프, 피격 현장에 금의환향… 머스크 “싸우자” 지원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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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펜실베이니아州 버틀러 카운티 찾아

7월 피격 사건 이후 12주 만… 오후 6시 11분 침묵으로 시작

“北·中·러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문제, 계속 싸울 것”

조선일보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의 유세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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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11분이네요. 제가 총을 맞은 시간이고, 총격이 있은 지 딱 12주가 되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집시다.”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 카운티를 찾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하자, 대형 박람회장인 ‘버틀러 팜 쇼’의 야외 현장을 가득 메운 6만 인파도 침묵에 들었다. 지난 7월 13일 트럼프는 같은 장소에서 연설하던 도중 20세 남성 토머스 크룩스에게 총격을 당했지만, 총알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면서 구사일생했다. 당시 유세장에선 50대 전직 소방관인 코리 콤퍼라토레가 목숨을 잃었는데, 이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한 것이다. 뒤이어 한 테너가 무대에 올라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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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 ‘총격 현장’이었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에 돌아와 유세를 펼쳤다. 유세 연단엔 트럼프의 지지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오른쪽)도 올랐다. 머스크는 무대에서 “싸우자!” “투표하자!”고 외쳤고 두 손을 들고 뛰어오르기까지 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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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총격 현장인 버틀러 카운티에 정확히 12주 만에 돌아왔다. 총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공화 두 후보의 명운(命運)을 좌우할 승부처다. 필라델피아나 피츠버그 같은 대도시에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카운티라 불리는 시골 지역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게 중요하다.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는 버틀러 카운티에서 65.6% 득표율로 33.1% 득표에 그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두 배 가까이 압도했다. 이날 트럼프 유세에는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상원 의원,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거액을 후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헤지 펀드 거물인 억만장자 존 폴슨, 유세곡 ‘갓 블레스 더 USA’를 부른 가수 리 그린우드, 둘째 며느리이자 선거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라라 트럼프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 의장 등이 총출동했다.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위용을 과시하는 모습으로 찾아온 셈이다. 지지자들은 두 차례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를 상징하는 구호가 된 “싸우자(fight)”란 말을 반복해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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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 유세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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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연설에서 “12주 전, 우리 모두는 미국을 위해 총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우리 미래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탄핵하려 하고, 기소하고, 심지어 죽이려 했다”며 “나는 여러분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신이 현명하다면 나라 밖의 적(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러시아·중국·북한 등은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외부의 적보다 더 위험한 내부의 적이 있다”고도 했다. 피격 사건 후 수장이 퇴진하는 등 홍역을 치른 비밀경호국(SS)은 이날 7월 유세 때에 비해 한층 강화된 경호 수준을 적용했다. 연단 주변에 방탄유리를 설치한 것은 물론이고, 인근 건물 지붕 곳곳엔 무장 경호 요원과 경찰, 저격수를 배치했다. 머리 위엔 경찰 헬리콥터와 드론이 날아다녔다. 트럼프는 총격 사건의 장본인이자 사건 직후 현장에서 SS에 사살된 크룩스를 “사악한 괴물”이라 표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 섭리의 손길에 의해 그 악당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우리 운동을 중단시키지도 못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에 대해 “역대 최악의 대통령과 부통령”이라고 했다. 지역의 중요 현안인 프래킹(fracking·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에 대한 해리스의 말 바꾸기, 불법 이민과 국경 문제, 허리케인 헬린 사태에 바이든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 등을 하나하나 짚으며 특유의 강한 어조로 발언을 이어 나갔다. 트럼프는 지난 1일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 민주당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상대로 선전한 밴스에 대해서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며 “나는 내 선택에 항상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미주리가 지역구인 에릭 슈미트 상원 의원을 언급하며 “우리는 상원에서 몇 석을 더 얻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11월 선거 결과에 따라 공화당이 대선은 물론 상·하원을 싹쓸이하게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트럼프가 연설하던 중 관람석에서 쓰러진 사람이 한 명 나왔고 이 때문에 유세가 몇 분 중단됐는데, 의료진이 대응하는 와중에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육성(肉聲)으로 미국 국가를 부르는 모습도 연출됐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 도중 머스크를 호명해 무대로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는 ‘화성 점령(occupy mars)’이라 적힌 셔츠에 검은색 자켓을 입은 모습이었다. 그는 평소 대중 연설을 할 때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싸우자! 싸우자!” “투표하자! 투표하자!”라고 거듭 외쳤다. 머스크는 또한 트럼프가 지난 7월에 귀에 총을 맞고도 청중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던 모습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은 용기 있는 자들의 땅이다. 누가 우리를 대표하길 원하나” “이번 대선은 그냥 선거가 아닌 일생일대의 이벤트다” “헌법과 민주주의, 미국을 수호하기 위해선 트럼프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다른 후보는 여러분에게서 자유를 빼앗으려 한다”고 했다. 머스크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함성이 쏟아졌고, 트럼프는 머스크 옆에 서서 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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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의 유세 무대에 오르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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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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