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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택시 문 함부로 닫지 마세요"…일본 택시는 왜 자동문일까 [日요일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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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문 여는 접대 문화…수고 더는 기계 탄생

도입 논란 있었지만 1964 도쿄 올림픽 계기로 보편화

일본 택시를 둘러싸고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싸니 함부로 타선 안 된다', '문을 열어 줄 때까지 타지 말라'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요. 실제로 일본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이 택시 문 여는 법이라고도 합니다.

이에 일본 언론도 '일본 택시는 왜 자동문인가'에 대한 분석 기사를 몇 차례 내놓은 바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일본의 택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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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택시의 모습.(사진출처=일본교통 야마구치시 영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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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문 정착 계기는 올림픽
일본 택시는 손님이 타는 뒷좌석이 자동문인데요. 운전석에서 버튼을 누르면 원격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자동개폐문'이 일반적입니다. 이 시스템을 해외에도 수출하려고 일본 회사에서 몇 차례 시도해봤는데, 성과를 거둔 곳은 홍콩 등 일부 국가라고 해요. 유럽이나 미국 등에는 전혀 정착하지 못하고 끝났다고 합니다.

이 자동 개폐문을 처음 개발한 회사는 아이치현의 중소기업 토신테크라는 곳인데요, 일본 내 시장의 90%를 현재 쥐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택시 문은 다 이 회사가 만든다고 봐야겠죠. 회사 창업자가 택시업계 사람에게 '운전사가 앉아 있는 채로 문을 여닫을 수 있다면 편리할 텐데'라는 고민을 들은 것이 개발에 나서게 된 계기라고 합니다.

일본 택시는 과거에는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 손님이 승하차할 때 운전사가 먼저 내려 직접 문을 열어주고 닫아줬다고 합니다. 손님이 일방적으로 문을 열었다가 뒤에 오는 차나 오토바이 등의 접촉사고 등 트러블 염려도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매번 내려서 문을 여닫는 일은 상당히 귀찮을 수밖에 없죠. 적당한 타이밍에 원격조작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운전자 부담도 줄이고, 안전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발명가와 협력해 엔진 내 압력 차이를 이용한 자동문을 개발했고, 택시 회사나 자동차 공업사에 납품을 시작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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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신테크에서 발명한 자동 개폐장치.(사진출처=토신테크)


그러나 막상 자리 잡기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자동문이라니 사치스럽다'라는 인식이 컸다고 합니다. 그래서 막상 자동문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워 차량 에어컨 등으로 회사 매출을 연명했다고 하죠.

그러다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1964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자동문이 자리 잡게 됩니다. 해외에서 많은 외국 손님, 선수단, 대회 관계자들이 일본에 오게 되는데요. 일본 특유의 극진한 접대 문화 '오모테나시'를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해 대형 택시 회사들이 연달아 이 자동문 도입을 시작합니다. 업계 내 서비스 경쟁으로 이것이 불이 붙으면서 보급이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이뤄지죠. 올림픽이 만든 변화였다고 하네요.

여하튼 이 때문에 택시 문은 오히려 억지로 닫거나 열었다가는 고장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일본에서 택시를 탈 경우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고, 내릴 때도 문을 함부로 닫아선 안 됩니다. 문을 여닫는 수고가 덜어진 대신, 비가 오면 운전사가 우산도 가지고 내려주고 트렁크 짐도 대신 실어주는 등의 서비스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 택시는 계절 요금이 있다?
이처럼 서비스가 좋은 만큼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일본 택시는 비싸니 함부로 타선 안 된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막차 끊기면 택시 타고 집 가야지'라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 사람들이랑 현지에서 회식하면 서로 막차 시간에 "슬슬 막차 시간이 돼서요"라면서 기가 막히게 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막차를 놓치면 첫 차까지 가게에서 더 마시는 게 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돈데요.

사실 요즘은 한국도 유류비 인건비 등으로 택시 기본요금이 많이 오르긴 했으나, 아직 일본에 비할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먼저 도쿄 23구를 기준으로 기본요금은 1.096km까지 500엔(4600원)입니다. 그리고 255m당 100엔(911원)씩 추가 주행 비용이 합해지는데요. 또 1분 35초마다 요금이 더해지는 시간-거리병산제가 적용됩니다. 이것은 택시가 시속 10km 이하로 주행할 경우의 시간에 대해 가산되는 요금으로, 정지 및 대기 시간을 포함해 1분 35초마다 100엔이 또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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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 짐을 싣는 운전사.(사진출처=일본교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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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km 기준으로 한번 요금을 비교해봅시다. 9호선 염창역에서 당산역까지 4.6km, 12분 타는데 택시 요금은 7200원 정도 드는데요. 만약 일본 도쿄에 여행을 와서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쿄역에서 내린 뒤, 친구들과 우에노에서 술을 마신다고 칩시다. 일본 택시회사 홈페이지에서 계산해 본 결과 도쿄역에서 우에노역까지 4.5km 10분 타는데 2000엔(1만8200원) 나오네요. 심야 할증 붙으면 2400엔(2만1887원) 입니다.

재밌는 것은 지역에 따라 계절별 할증이 붙는 곳이 있다는 점입니다. 눈이 많이 오는 홋카이도나 도호쿠 지방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1월 하순에서 3월 말까지 '동계 할증'이라는 운임체계가 적용되는 곳도 있습니다. 시간대 관계없이 무조건 붙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통 일반 운임의 20%를 추가로 더 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절대 타면 안 되겠다'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같은 지하철이라도 회사가 서로 다른 노선이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가족 여행이나 단체로 이동한다면 오히려 택시가 더 경제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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