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인 빈자리 노리는 주류전쟁…'사케'의 재발견

주류 시장의 유행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술 '사케(청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위스키 등 다른 주류들의 인기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오히려 사케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케가 주목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다양한 맛과 저렴한 가격이다. 특히 하이볼 등 희석주가 인기를 끌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사케의 인기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사케 누적 수입액은 1434만 달러(약 19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증가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주요 수입 주류인 위스키, 와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와인 수입액은 2억6329만달러(약 34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고, 위스키류 수입액도 1억4317만달러(약 1890억원)로 10.2% 감소했다.

사케는 아직 한국 주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성장세는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선 올해 연간 사케 수입액이 2500만 달러(약 330억원)를 넘어 2년 연속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케 연간 수입액은 2022년 2151만 달러(280억원)로 늘었고 지난해 2475만 달러(326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케는 특히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1980~2000년생)는 새로운 경험을 중심하는데 과거 인기를 끌었던 와인·위스키에서 사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주류 업계의 분석이다. 이들은 일본 여행을 통해 사케를 접하면서 즐기기 시작했다.

엔화 약세와 저도주·희석주를 즐기는 문화도 사케의 인기를 뒷받침 하는 요인이다. 일본 여행이나 저렴하게 구입한 사케를 경험한 이들이 국내에서도 그 맛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또 하이볼과 같은 희석주가 유행하는 것도 사케의 인기와 맞물려 있다. 위스키와 비교해 도수가 낮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라 희석주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사케 제품들이 한국 시장에 소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사케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사케 제품을 20여 종에서 30여 종으로 확대했다. GS25는 매달 특정 사케를 할인 판매하는 '월간 사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CU는 지난 8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사케 브랜드 '쿠'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사케는 하이볼과 함께 편의점에서 가장 가파른 매출신장률을 보이는 카테고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주류 시장의 유행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주류가 유행하면 그 인기가 상당기간 지속됐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더 새로운 경험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술을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