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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율 1위 폐암…자비로라도 이 검사 꼭 받길, 5분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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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가진·박지은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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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폐암에 새로 걸린 사람은 3만 1616명이다.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8.5%(2021년)이다. 폐암에 걸리지 않은 동일 조건의 일반인에 비해 5년 생존할 확률이 38.5%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2022년 폐암으로 숨진 사람은 1만 8584명이다. 암 사망률 1위가 된 지 오래다. 폐암 치료법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서운 암임이 틀림없다. 2020년 기준으로 10만 2557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어떤 암이든 간에 일찍 찾아낼수록 치료가 잘 되고 생존율도 올라간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폐암 환자 100명 중 암세포가 멀리 있는 다른 장기로 번진 '원격 전이'가 42.4%에 달한다. 림프샘 등의 주변 장기로 퍼진 '국소 전이'가 25.2%, 폐에만 암세포가 있는 '국한 상태'가 24.7%이다(나머지는 모름). 원격 전이 환자로 발견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조병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장은 "신규 폐암 환자 10명 중 6명이 4기까지 악화한 후 발견된다"고 말한다. 4기이면 간이나 뼈에 전이됐고, 심하면 뇌로 번졌다.

전에 없던 기침, 전에 없던 가래, 약간의 흉통…. 이런 증세가 있으면 폐암을 의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이런 게 전형적인 폐암 4기 증세라고 말한다.

이런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내시경으로 암을 조기에 찾아낼 수 없을까. 그런 방법은 없다. 유일한 조기 검진법이 저선량 폐 CT 검사이다. 2019년 폐암이 국가 암검진에 포함돼 무료 검사가 됐다. 이는 최소량의 방사선을 쫴서 암을 찾는 검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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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폐암 국가검진 대상자는 55~74세의 고위험군이다. 고위험군이란 30갑년 흡연한 현재 흡연자를 말한다. 하루 평균 담배 한 갑을 30년 피우면 30갑년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34만명가량 되는데, 이 중 50% 넘게 폐암 국가검진을 받는다고 한다. 2년마다 시행한다.

그러면 30갑년을 어떻게 확인할까. 최근 2년 이내 국가 일반건강검진(생애 전환기 건강진단 포함)을 받거나 건강보험의 금연치료 사업에 참여할 때 문진표에 흡연 이력과 현재 흡연 여부를 표기하는데, 이 자료를 활용해 대상자를 찾아낸다. 건강보험공단이 대상자를 선별해 폐암 검진을 받으라고 안내한다. 정부는 이런 문진표를 입력해서 개인별로 관리한다. 이런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한국이 세계 최초로 폐암 국가검진을 도입했다.

만약 30갑년 흡연 이력이 있고 55~74세에 해당하더라도 일반건강검진을 2년 간 받지 않았거나 문진표에 흡연 관련 항목에 답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까운 건강보험공단 지사로 찾아가서 흡연 이력을 얘기하고 검진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해도 받을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올해 일반건강검진을 받는 것이다. 검진 때 문진표에 흡연 이력을 있는 그대로 기재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 해에 폐암 검진 통지서를 받게 된다.

정부가 이 사업을 시작할 때 폐암 발생 고위험군으로 확인되어 국가폐암 검진을 받았던 사람이 검진 후 금연을 하더라도 금연 15년 이내, 74세까지는 폐암 검진 대상자에 포함한다고 했지만, 금연한 사람은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흡연자만 대상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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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흡연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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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후반 A 씨는 20대 이후 담배를 하루 1갑 반씩 피웠다. 집에서 “제발 담배 좀 끊으라”는 잔소리를 들었지만 금연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국가 폐암검진 안내문을 받고 떠밀리듯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오른쪽 폐 아랫부분에서 8㎜짜리 결절이 발견됐다. 당장 암을 의심하기에는 크기나 모양이 애매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3개월 뒤 다시 검사하기로 했다. 두 번째 검사에서 크기가 1~2㎜가량 커진 게 관찰됐고 정밀ㆍ조직 검사 결과 폐암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수술에 앞서 당장 담배부터 끊어야 했다. 금연클리닉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 A 씨는 무사히 수술을 받은 뒤 퇴원했다. 그는 “일찍 발견한 덕분에 전이가 없어서 다른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검진받길 정말 잘했다”라고 말했다. 김열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폐암검진질관리중앙센터장)은 “국가 폐암검진 첫해 대상자 중 20%만 검사를 받았는데, 지난해 수진율이 50%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5년째라 조기진단과 사망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건보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하는 단계이지만, 대상자 중 검사 안 받은 사람과 검사받은 사람의 생존율을 대강 비교해본 결과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폐암 국가 검진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폐암 신규 발생자 중 국가검진의 대상에 드는 사람이 30% 정도밖에 안 된다. 폐암 전문가들은 55~74세가 아닌 경우, 30갑년이 안 되는 경우(가령 20년 흡연자)라도 자비로 저선량 폐 CT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23만원을 받는다.

저선량 폐 CT 검사는 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숨 한 번 참으면 될만한 시간이다. 대기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러면 75세 이상은? 아직은 의학적으로 굳이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사망률을 감소시키는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가 74세까지만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폐암 국가검진의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조병철 교수는 "폐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명확하게 검증된 검진법이 없다"며 "저선량 폐 CT로 폐암을 검진하지만, 이 검사법이 사망률을 20%밖에 낮추지 못한다. 아직 조기에 폐암을 발견할 수 있는 과학적·의학적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ㆍ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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