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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4년 만에 금요 대예배 집전한 이란 하메네이 “이스라엘 더 공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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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금요 대예배에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든 군중이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금요 대예배를 직접 집전한 하메네이는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가한 미사일 공격이 “완전히 합법적이고 정당했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보복할 경우 재차 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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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4일 직접 공개 예배에 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1일 미사일 18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한 지 3일 만이다. 이스라엘이 수일 내로 이란 본토에 강력한 보복 공격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재보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직접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설 경우 이란의 주요 석유 시설을 타격할 것으로 관측되며 국제 유가는 폭등세를 보였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일제히 이스라엘에 ‘자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레바논 지상전 4일 차에 접어든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새 수장을 표적 공습하는 등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공개 대중 예배(금요 대예배)에서 “지난 1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상) 완전히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에 대응한 정당한 자위권 발동이라는 주장이다. 이란은 지난 7월 31일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폭사한 일, 또 지난달 27일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 수장 나산 하스랄라의 표적 공습 사망 등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도발’이라며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이 수십 년간 육성해 온 반(反)이스라엘 동맹 ‘저항의 축’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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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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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는 이어서 “이스라엘에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을 공격하면 재보복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소총을 옆에 세워놓고 연설 도중 총구를 쥐어 보이기도 했다. 앞서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밤 최고위급 안보 회의를 열어 이란에 대한 보복 방법 및 시기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TV 매체인 채널12는 “수일 내에 이란 정권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공격 목표로는 이란의 주요 석유 생산 시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대응 방식과 시기는 미국과 긴밀히 조율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최종 결정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곧 통화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나스랄라의 추도식과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의 대예배를 직접 집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가 금요 대예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2020년 1월 이후 약 5년 만의 일”이라며 “그는 비상(非常)한 상황에만 금요 대예배에 나선다”고 전했다. 2020년 1월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무인기) 공격에 암살당하고, 이란 미사일에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되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었다.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면서 성직자가 주도하는 신정(神政) 일치 정권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메네이는 당시 8년 만에 금요 대예배를 집전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강력 비난했다. 내부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 한 것이다.

미국도 이스라엘과 이란 보복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오전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타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 논의 중(We’re discussing that)”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허가가 아니라 조언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날 이스라엘의 핵 시설 타격에 대해 “안 된다(No)”고 확실히 선을 그었던 것과는 결이 다른 대답이다.

바이든의 반응이 이란 석유 시설 타격에 대한 용인(容認)으로 해석되며 국제 유가는 폭등했다. 이날 12월 인도분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7.62달러를 찍으며 전날보다 5%나 뛰어올랐다. 미국 CNBC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주요 투자 은행 전망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실제 이란 석유 시설을 폭격하면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며 “주변 산유국의 원유 공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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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석유 생산 및 공급 시설은 남부 페르시아만 인근에 집중돼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중부 이스파한을 지난 4월 성공적으로 공습한 것을 감안하면 석유 시설 공격도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4%, 공급량의 약 1%를 차지한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수요와 공급 탄력성이 낮은 원유 시장의 특성상 공급량의 작은 변화도 급격한 가격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로이터는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이란 석유 시설 타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미국과 여전히 이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도 “이스라엘과 재보복 방안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불안해지면 집권당(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에게 악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에 석유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고 촉구했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과 공개 협상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압박 중’이란 의미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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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점점 더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3일 밤 늦게 헤즈볼라의 새 수장 하심 사피에딘에 대한 표적 공습을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폭사한 하산 나스랄라의 사촌으로, 나스랄라의 뒤를 이어 헤즈볼라의 사무총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매체들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공습 시작 이래 가장 강력한 폭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사피에딘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사피에딘은 지하 깊은 벙커에 있었다. 그가 사망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의 헤즈볼라 시설 15곳을 공습했다. 이 지역 민간인들에게 “공습 대상지에서 최소 500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한 직후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정밀 유도 미사일 프로젝트 담당자 무하마드 유세프 아니시와 통신 사령관 모하마드 라시드 사카피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란과 레바논에 대한 공격 자제를 이스라엘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 서방 7국(G7)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면서도 “공격과 보복의 위험한 순환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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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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