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아이언돔은 이스라엘 10년전 기술, 이젠 AI무기로 선제공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석조의 외설(外說)]

인물 정보·행동 패턴까지 축적

원격조종 AI무기가 안면인식 발사

조선일보

이스라엘은 안면 인식 AI를 통해 하마스 대원 등을 식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뉴아랍·아리아닷에이아이 이미지 편집 노석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포토맥 강을 건널 때 우측 차창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오각 콘크리트 건물 펜타곤(국방부 본부 청사)의 전경은 보고 또 봐도 장관입니다.

건물 너비만 축구장 4개를 길게 이어붙인 431m에 달합니다. 이런 걸 81년인 1943년 2차 세계대전을 벌이면서 1년 4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완공했다니 놀랍습니다. 해방 전이던 그때 서울에는 10층짜리 고층 건물 하나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알고 지내던 주한미군과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들이 출장을 왔습니다. 펜타곤과 국무부 근처에서 각각 이들을 만났습니다. 두 기관 건물은 포토맥을 가운데 두고 각각 서안(西岸)과 동안에 위치해 마주보고 있습니다.

안부를 물으며 수다를 떨다가 자기 업계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신기하게도 둘 다 공통으로 반복해 말하는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제가 잠시 적을 두고 있는 조지타운대 월시 외교스쿨에서도 ‘AI와 외교’ ‘AI와 국제법’ 등 AI 이야기가 다채롭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관심을 갖고 관련 책도 읽는 터였는데,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서 일하는 이들의 입에서도 마치 이날 저녁식사가 AI 세미나라도 되는냥 쉴새 없이 AI가 나왔습니다.

펜타곤에서도 AI 무기에 대한 연구와 실전 사용에 대한 방안 검토가 다각적으로 이뤄지는 듯했습니다. 국무부는 AI 활용 규범에 대한 논의를 여러 나라와 진행 중이었습니다.

조선일보

미 국방부 본부 펜타곤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I는 챗GPT, 달리(DALL-E) 등처럼 이미 대중적으로 사용되는데요. 실제 전쟁터에서도 AI가 활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전쟁터가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군은 AI를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 대원 등 공격 타깃을 색출하고 이를 근거로 공습 등 공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기간 축적한 방대한 하마스 대원의 인물 정보, 행동 패턴 등을 통해 인간의 눈과 머리로는 찾아낼 수 없거나 오래 걸리는 ‘타깃’을 순식간에 수십 수백개 찾아내 인간에게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수초 만에 모래 속에서 바늘 찾아내는 수준의 색출 표적 기능을 하는 AI 무기는 하나도 아니고 이미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올해 이스라엘의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공격 과정에서 알려진 것은 ‘합소라(הַבְּשׂוֹרָה)’ ‘라벤더(Lavender)’ 등이 있습니다.

합소라는 히브리어로 ‘복음’이란 뜻입니다. 찾기 힘든 표적을 찾아 ‘여기 있다’며 귀한 소식처럼 알려줘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라벤더는 특유의 향이 나는 허브 꽃인 만큼, 특정 목표물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냄새까지 추적해낸다는 의미로 지은 듯합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목할 건 이스라엘이 작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쟁을 벌이면서 신종 무기를 실전 투입시키며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스라엘이 꼭 10년 전인 2014년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면서 방공무기인 ‘아이언돔(Iron Dome·강철지붕)’이 하마스 로켓 미사일을 명중 요격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전 세계에 공개한 것을 연상케 합니다.

저는 2016년 이스라엘 아이언돔 부대를 한국 언론 최초로 현장 취재했는데요, 당시 아이언돔 대대장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2014년 전쟁 때 사실상 처음으로 실전 사용된 아이언돔은 그 이후로 계속 진화해 더욱 완벽해졌습니다.”

그의 말처럼 데뷔전을 치른 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언돔은 이름대로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대도시의 일상을 적의 미사일로부터 지켜주는 ‘강철 지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 때도 아이언돔 등 이스라엘의 방공무기들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요격에 성공하며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조선일보

아이언돔 요격 장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는 무인기, 자폭 드론뿐 아니라 이전에는 안 알려진 신종 AI 무기인 ‘합소라’ ‘라벤더’ 등을 실전 투입해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7월 31일 이란을 방문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스라엘이 암살할 때 사용된 것도 ‘AI 원격 폭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니예가 숙소에 들어가는 순간 그를 정확히 겨냥한 폭발물이 터졌는데, 그것이 하니예의 안면을 식별, 조준해 발사되는 첨단 AI 장비의 공격이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써서 암살할 경우 암살 현장에 침투하기도 어렵고, 침투하더라도 언제 목표물이 올지 마냥 기다리기도 힘든데다 무엇보다 암살을 시도한 직후 생존해서 빠져나오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AI 원격 공격 무기는 이런 단점을 다 극복할 수 있어 이스라엘이 기술력을 총동원해 개발한 것입니다.

조선일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지난 7월말 이란에서 암살됐다. /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면적이 경상도밖에 되지 않고 인구도 930여만명에 불과해 내수 시장이 작아서 제조업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자국산 자동차 브랜드도 없고, 자전거도 다 수입합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이미 1970년대 말 자국산 탱크 메르카바를 개발했고, 인공위성 오페크, 다층 방공망 무기 등을 탄생시키는 등 대표적인 방산 강국입니다.

그럴 수 있는 여러 비결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크고 작은 전쟁이 짧게는 수개월, 길어도 2~5년에 한 번씩은 꼭 터져 실전 경험이 많다는 것입니다. 방산 측면에서는 새로 만든 무기를 테스트해볼 기회가 많다는 얘기가 됩니다. 생생한 백테이터가 수북이 쌓인다는 뜻이죠.

이번 AI 무기의 실전 투입 및 시행착오도 앞으로 이스라엘의 AI 무기 고도화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은 한국처럼 병력 난을 겪은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구가 적은데다 전체의 20%는 징집 대상이 아닌 아랍 무슬림입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군 복무를 거부하고 신학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정통파 유대인인 ‘하레디(חֲרֵדִית)’들의 세력이 커져서 징집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경 지대 경계 근무에 일찌감치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이스라엘이 이제는 유무인 복합무기 체계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AI 실전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

샤빗 전 모사드 부장의 저서 '모사드의 머리'.


이번 이스라엘의 AI 무기 개발에는 미국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몇 주전 뉴스레터 외설에서 소개 해 드렸던 전직 모사드 부장(국가정보원 원장격) 샤브타이 샤빗의 저서 ‘모사드의 머리’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1967년 전쟁과 1973년 전쟁은 미국의 살아있는 전투 실험장이기도 했다. 미국은 수년에 걸친 이 전쟁 기간 무기 시스템을 점검했고, 소련과 동구권의 무기보다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싸운 중동전쟁에서 싸운 대상은 이집트와 시리아 등이었는데, 이들의 무기는 당시 소련 최첨단 무기였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냉전 시기 소련과 직접 맞붙지 않고서도 소련의 최신 무기를 파악할 수 있는 최고의 장이 중동 전쟁터였던 셈입니다.

조선일보

이스라엘 국기와 미 성조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모사드의 ‘다이아몬드 작전(미브짜 야할롬·מִבְצָע יַהֲלוֹם)’입니다. 1953년 2차 중동 전쟁이 끝나고 1967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대승을 거둔 6일 전쟁 직전 해인 1966년 모사드는 이라크 조종사를 설득시켜 이라크 공군의 최신 소련제 전투기 MiG 21을 비행해 이스라엘로 귀순시킨 것입니다.

샤빗은 이 작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1966년 이라크 MiG 21 조종사와 그의 항공기를 넘어오게 한 다이아몬드 작전은 미국 전투기 조종사가 처음으로 이 유형의 비행기를 조종하고 미국 전문가들이 이 항공기의 모든 시스템을 연구할 수 있게 한 전략적 성과였다.”

이스라엘의 AI 무기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더불어 10년 전 2014년엔 아이언 돔으로, 2024년엔 AI 무기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스라엘이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신무기를 내놓을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있었습니다. 지하 100m의 김정은 대피 벙커까지 폭파시킬 수 있다는 현무-5 탄도미사일에도 인상적이었지만, 저는 무엇보다 네 발 개[犬] 형태의 대(對)테러 작전용 로봇에 눈길이 갔습니다. 무인 로봇이 있긴 해야 할 텐데 했는데, 조금 기대에 못 미쳤지만 여튼 있긴 했기 때문입니다.

국군의 AI 무기 개발은 어느 정도 와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뜻밖에 김정은이 무서워할 것은 커다란 탄도미사일보다 작지만 은밀하고 정확한 AI 원력 공격 무기나 DMZ에서 귀순자로 위장해 넘어오는 대남 침투요원을 행동 패턴 분석 등을 통해 식별하는 AI 합소라·라벤더일지도 모릅니다.

조선일보

●추신

예루살렘 주재 당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메디치 刊)’이란 책을 냈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도 아이언 돔을 언급했고, 최근 이스라엘이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과 싸우면서 아이언 돔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데요. 자국산 자동차 하나 없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 돔이란 첨단 무기까지 개발해 성공했는지에 대한 비사(祕事)를 책에서 뽑아 요약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받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에 들어가셔서 이메일 주소와 이름(별명도 가능)만 넣어주세요.

뉴스레터 ‘외설’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

☞뉴스레터 ‘외설’은

미번역 외서(外書)를 소개하거나, 신문에 담지 못한 뉴스 뒷이야기[說] 등을 들려 드리는 국내 유일의 뉴스레터입니다.

[워싱턴 D.C.=노석조 기자·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