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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토끼 할머니가 보살핀 아기 북극곰...입양 가족이 전하는 '선물' 같은 이야기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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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글·그림, '하얀 선물'
한국일보

토토 할머니가 햇살이 부서지는 바닷가에서 얼음에 실려 온 아기곰 바오를 건져 올린다. 두 존재가 가족이 된 순간, 어쩌면 탄생의 순간처럼도 보이는 장면이다. 책읽는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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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바오는 토끼 토토 할머니와 남쪽 섬에 산다. 아주 어릴 적에 얼음에 실려 토토 할머니에게 온 다음 둘은 가족이 됐다. 늘 따뜻한 곳에서 살았던 할머니는 더위를 타도 너무 타는 바오를 걱정하며 "네가 북극에서 와서 그런가 보다"라고 푸념한다. 그때부터였다. 바오의 마음 한구석에 '북극은 어떤 곳일까'라는 궁금증이 싹튼 것이.

북극에서 온 아기곰과 따뜻한 섬에 사는 토끼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하얀 선물'의 소재는 '입양'이다. 혈연이 아닌 이들이 가족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는 한 페이지면 충분하다. 토토 할머니가 바닷가에서 얼음에 실려 온 바오를 건져 올리는 첫 장면은 가족의 탄생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보여준다. 물에 실려 온 아이 바오는 그날부터 토토 할머니의 새 가족이 돼 무럭무럭 자라고, 조금씩 자신의 출생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바오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지극한 마음은 급기야 호기심 많은 구름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눈을 내리는 마법을 일으키고, 태어나 처음 보는 눈을 한껏 즐긴 바오는 구름이 만든 문을 지나 홀로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그토록 궁금해하던 북극의 설원에서 바오는 말한다. "내가 북극에서 왔다는 게 참 좋아. 내가 흰 눈을 닮은 북극곰이라 참 좋아."

바오가 마음껏 놀다가 불현듯 자기 자신이 "좋아졌다"고 고백하는 대목은 모든 입양 가정의 이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의지할 곳 없던 한 존재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깊은 내적 이해와 사랑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그 과정에는 바오에게 토토 할머니가 그랬듯 또 다른 가족의 지극 정성과 사랑이 있었을 테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바오의 머리 위를 비추는 북극의 오로라처럼 환한 위안을 안기는 책이다.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그림책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일보

하얀 선물·이연 지음·책읽는곰 발행·44쪽·1만5,000원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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