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이 난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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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꾸미 낚시는 공쳤어요”
4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일대 소래포구 인근 어구 보관소에서 만난 50대 어민 공연식씨는 불에 타버린 비닐하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씨는 “이번 달 20일부터는 본격적인 주꾸미잡이가 시작된다. 한 2개월 정도 이어지는데 직전에 불이 나서 그동안 모아뒀던 어망, 어구가 모두 불에 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불이 난 것은 지난 3일 새벽 3시26분이다. 이 불로 어구 등을 보관하는 비닐하우스 8개동(7개동 전소, 1개동 반소), 컨테이너 1개동이 불에 탔다. 이곳에는 소래포구 어민 약 150명 중 약 40명의 어망과 어구가 보관돼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에 탄 어구 보관소. 이승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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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어구 중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주꾸미를 잡을 때 사용되는 소라 껍데기다. 소라 껍데기를 자신의 집인 줄 착각한 주꾸미가 안에 알을 낳고 사용하는 것을 이용한 낚시법이다. 어민들은 1개에 자연산은 1200원, 플라스틱은 700원인 소라 껍데기를 보통 5만개, 많게는 10만개까지 준비한다고 한다. 공씨는 “나 같은 경우는 5만개 정도 미리 수입했다. 지금 와서 소라 껍데기를 살 곳도 없다”고 했다.
불이 난 비닐하우스가 무허가 가건물인 탓에 화재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아 화재보험금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협공제보험에서도 어망은 보상에서 제외된다. 어민 김기환(72)씨는 “어구 등을 보관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로 적치장을 만들고 사용료를 해양항만공사에 납부해왔다”며 “어망과 어구를 다시 살 수 있도록 장기 저리 대출 제도 등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이 난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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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쪽은 “과거 관행적으로 포구 주변에 어민들이 어구를 보관하는 공간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 곳도 그런 식으로 어구 보관소가 만들어졌던 것으로 안다”며 “최근 소래포구가 국가어항이 되면서는 항만공사와의 임대 계약이 끝났고, 원상복구 뒤 해당 공간에 어민 편의 시설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불이 나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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