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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글로벌 시민] 한 서린 국민음악 ‘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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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이투데이

1999년 10월 6일. 포르투갈은 큰 슬픔에 빠졌다.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포르투갈 국민들의 애환을 노래했던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79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당시 포르투갈 총리였던 안토니우 구테흐스(현 유엔 사무총장)는 3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언했고 장례식이 열린 날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그녀의 마지막 길에 경의를 표했다. 그녀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영면해 있는 국립 판테온에 잠들었는데 이곳에 안치된 유일한 여성으로 기록되고 있다. 포르투갈이 ‘국민음악’ 파두(Fado)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두는 1800년대 초 리스본 알파마 지역의 선술집과 카페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알파마는 좁은 거리와 오래된 집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포르투갈의 전형적인 서민 주거지역.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던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고단한 삶을 노래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서인지 파두는 가수들의 목소리나 노래의 음률에서 깊은 애절함이 묻어난다. 가사 또한 향수, 우울, 슬픈 사랑, 잃어버린 꿈, 일상의 가혹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런 감정을 포르투갈에서는 ‘saudade’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향수’ ‘그리움’이지만, 우리 한민족의 정서에 녹아있는 ‘한(恨)’처럼 한마디로 정의할 만한 감정은 결코 아니다.

파두도 우리네 아리랑처럼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파두를 대표하는 두 도시는 리스본과 코임브라다. 리스본 파두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여성 가수들이 포르투갈의 보편적 감성인 ‘saudade’를 노래한다면 코임브라 파두는 코임브라대학의 학문적 전통과 관련이 깊다. 가사의 주요 주제는 청춘 남녀의 사랑, 열정, 도시 예찬 등 낭만주의적 요소가 많다. 가수들도 검은 양복과 망토를 두른 남성이다.

코임브라 파두의 가장 유명한 행사는 매년 5월 대학교 졸업생 퍼레이드 자정에 열리는 ‘세레나데의 밤’. 포르투갈 공영방송에서 생중계를 할 정도다. 이날 밤이면 구 대성당(Se Velha) 주변은 검은 망토를 두른 대학생들로 가득 차고 성당 계단에서는 학생들로 구성된 공연팀이 파두를 노래한다. 전통에 따르면 청중은 침묵하고 박수를 치지 않는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구 대성당 주변 공사 때문에 ‘안전을 위해 다른 장소에서 공연하라’는 코임브라시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학생회의 대립으로 이 뜻깊은 행사가 취소돼 아쉬움을 더했다.

하지만 리스본과 코임브라 파두는 레스토랑이나 공연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두 도시를 방문한다면 와인과 함께 포르투갈 혼이 담긴 음악에 취해보길 권한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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