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다. 본회의 재의 표결에 올려질 쌍특검법안(김건희·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해 밝혔지만 ‘부결 이후’의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다. 이른바 ‘윤-한 갈등’의 기폭제가 됐던 두 특검법안을 부결해 폐기시키더라도, 집권 여당이 처한 수세 국면에는 변동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우려도 크다.
한 대표는 3일 개천절 경축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야권이 본회의 재의결을 시도하는 두 특검법안에 대한 ‘부결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그는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선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것이고, 당에도 생각들이 많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다만 지금 민주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특검법은 민주당이 모든 걸 정하고 민주당 마음대로 하는 특검법이어서, 그런 법이 통과되고 시행되면 사법질서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은) 부결시키는 게 맞다고 당원과 소속 의원들을 설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내에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 사과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특검법안 표결에서 ‘단일 대오’를 꾸려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당직을 가진 한 친한동훈계 의원도 “당론에서 이탈해 민주당 뜻대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이 공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당정 갈등이 재의 표결에서 이탈표가 나오는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평소엔 의견이 달라도, 중요한 표결에서는 결국 뭉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섭섭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어떻게 야당 좋은 일을 하겠나”라고 했다.
문제는 대통령실 기대대로 당이 똘똘 뭉쳐 이탈표 없이 특검법안들을 부결시킨 이후의 일이다. 대통령과 친윤석열계는 가슴을 쓸어내리겠지만,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나 국정 기조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가뜩이나 20%대 지지율에 갇혀 있는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온 ‘마이 웨이’를 고집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도모해온 한 대표 역시 ‘말바꾸기’와 ‘굴신’의 이미지만 강화될 우려가 크다.
더 심각한 건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재발의해 본회의에 올릴 경우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대화하면서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재발의해 본회의에 올리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7월 전당대회 기간에 ‘제3차 추천 채상병 특검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직면한 한 대표로선 그나마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다. 선택지를 제한하지 않는 게 특검법안을 두고 당분간 이어질 대치 정국에서 정치적 운신 폭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당장 특검법안이 부결되더라도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여론에 반응하지 않는 대통령과 여당의 ‘오만’과 ‘불통’을 비판하고, 법안을 재발의해 여당 내부에 내부의 자중지란을 촉발하며 계속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민주당은 “쌍특검법은 끝까지 도돌이표가 되더라도 끝장을 봐야 한다”며 국민의힘의 재의결 동참을 호소했다.
서영지 장나래 고한솔 기자 yj@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