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소주 마셨다" 혐의 부인
음주 장소, 음주량, 술 종류 등 파악 안 해
"정황증거만으로 음주 단정 어렵다"
경찰이 지난 3월 12일 서울 마포구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교 하교시간대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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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39초 동안 도수가 높은 소주 한 병을 마셨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구체적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6단독 문채영 판사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6일 오후 11시 38분쯤 운전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8% 상태로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중구의 한 지점까지 약 2.4㎞ 구간에서 벤츠 승용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주차 후 약 39초간 차 안에서 머물다가 밖으로 나왔고, 약 40분 뒤인 17일 오전 0시 11분쯤 경찰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28%로 측정됐다. A씨가 차를 주차하는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고 이상행동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왔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주차 후 차 안에서 약 39초 동안 있으며 알코올 도수가 25도인 소주 1병(375㎖)을 모두 마셨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음주 측정 수치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후행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빼는 방식으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려고 했다. 후행 음주로 인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산출하기 위해 기존 판례에 따라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알코올 체내 흡수율과 성인 남성의 위드마크 상수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A씨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에서 실제로 차를 몰았다고 판단할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재판부는 또 수사당국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A씨의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전제인 음주 장소와 술 종류, 음주량, 음주 후 경과시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피고인 주장대로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고 해도 마시자마자 곧바로 술에 취한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도 "정황증거들 내지 추측만으로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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