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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중동 분쟁에 또 와르르… ‘디지털 金’이라더니 이제 ‘디지털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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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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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후 한동안 강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중동 정세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다시 눈에 띄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전체 채굴 물량이 한정돼 있어 오랜 기간 ‘디지털 금(金)’으로 불렸지만, 실제 가격은 금보다 주식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82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7일 8700만원대에 거래된 후 나흘 만에 5% 넘게 하락했다. 이날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4% 하락한 8100만원대 초반까지 밀리다 오후 들어 소폭 반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인 것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1일 이스라엘에 약 18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란에 재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국가의 증시도 하락했다.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보다 0.4% 떨어졌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0.9%, 1.5%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반면 금값은 강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9% 오른 2690.3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도 268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지금껏 디지털 금으로 불린 이유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비슷한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공급량이 한정돼 있는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역시 전체 채굴 물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은 올해 4월 기준으로 1950만개가 채굴됐고,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반감기를 거치며 공급량이 계속 줄어들 예정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금처럼 희소 가치가 부각됐고 위험자산이지만 인플레이션을 회피할 수 있는 안전자산의 특징도 가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금보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7월 말 일본은행(BOJ)이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자 9500만원대였던 가격이 며칠 만에 8000만원 밑으로 급락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 청산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증시도 크게 하락했다. 뉴욕 증시에서도 변동 폭이 큰 나스닥 지수의 경우 7월 31일 1만7599.40에서 8월 7일 1만6195.81로 내렸다.

미국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후에는 주식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 역시 며칠간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7800만원대에 거래가 됐던 비트코인은 열흘 만에 8700만원을 넘어섰다. 나스닥 지수 역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후 지난달 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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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지난 7월 말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다. 사진은 8월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시세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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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미 2022년부터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회피 자산의 기능 대신 주식과의 커플링(동조화)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돈이 풀리면서, 주식 시장처럼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몰렸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한 점도 비트코인 가격이 금보다 주식과 훨씬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많다. 금리 인하 등 위험자산의 투자 심리가 개선될 만한 호재가 나올 때는 ETF에도 자금이 유입돼 기초자산 가격을 끌어올리지만, 반대로 악재가 불거질 경우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기초자산 역시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뉴욕 증시에 상장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지난달 연준의 빅컷 결정이 나온 후 8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1일에는 2억4300만달러(약 3200억원)가 빠져나갔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자산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금이나 주식 등 특정 자산과 항상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비트코인은 반감기를 지난 이후 가격이 오를 만한 호재가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다”라며 “미국의 금리 결정이나 국제 정세 변화 등에 따라 당분간 주식과의 가격 동조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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