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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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간사 등 20여 명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그런데 한동훈 대표는 부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다음 주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 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한 통상적 자리로 당에서 요청했다”고 했다. 한 대표를 일부러 뺀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감을 앞두고 여당 운영을 총괄하는 대표만 빼고 다른 지도부는 대거 불러 격려 만찬을 한 것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다. 과거에 이런 전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부르지 않은 것은 김건희 여사와 의료 사태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의료 사태에 대해선 여전히 강한 입장이지만 한 대표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고 한다. 국회에서 단결해 대응하라는 모임에 생각이 다른 사람은 빠지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두 축인 대통령과 당대표의 불화는 점점 선을 넘고 있다. 한 대표가 두 차례 대통령 독대(獨對)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답이 없다. 사흘 전 한 언론사 창간 기념식에 두 사람이 같이 참석하기로 했지만 행사 시작 30여 분 전에 한 대표가 불참 통보를 했다. 한 대표 측은 ‘의료계와 급한 업무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윤·한 불화 때문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한 대표 취임 이후 두 사람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90분 대화를 나눈 것 외엔 제대로 된 국정 논의를 한 적이 없다. 이젠 마주 보고 앉기도 싫은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충돌하면 공멸로 가는 길이다. 최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최저치’를 기록하고 국정 장악력이 계속 떨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윤·한 두 사람의 불화와 소통 부재가 꼽힌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2016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경우처럼 대통령과 여당이 분열하고 불통하면 정권은 붕괴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지금은 거대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대놓고 추진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108석에 불과한 여당의 대표가 사사건건 부딪치는 것도 모자라 얼굴도 안 보려고 한다면 정부 여당의 앞날은 어떤 모습이 되겠나.
윤 대통령은 국정의 책임자로서 야당 대표도 포용해야 하는데 여당 대표를 끌어안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 대표는 누구에게든 지지 않으려는 자세를 고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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