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전쟁에 가려진 사람들의 피폐해진 삶…이스라엘도 웃지 못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T리포트] 화약고 된 중동③

[편집자주] 2023년 10월7일 발발해 1년이 된 가자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시작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을 넘어 이란으로까지 번졌다.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중동전쟁 상황과 확전 배경, 국제사회 영향 등을 두루 짚어본다.

머니투데이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23.10.10.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이 발발한 지 7일로 꼭 1년을 맞는다. 그간 이어진 전쟁은 약 4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남겼다. 인질로 잡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아직 생사 확인조차 어렵다.

2일(현지시간) 알 자지라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해 10월7일 발생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4만161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는 1만6500명. 부상자도 9만6359명 이상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주요 공습 대상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에서는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139명, 부상자는 최소 8730명으로 보고됐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생사는 불투명하다. 하마스는 10월7일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어린이와 여성, 노인을 포함해 251명을 납치했다. 이들 중 현재 101명의 인질이 가자지구에 억류된 것으로 전해지나 다수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머니투데이

최근 1년 중동분쟁 주요 일지 /그래픽=김지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 전역은 황폐화됐다. 지난달 8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의 주택 8만채 이상이 파손됐다. 상업시설의 경우 80%, 학교 건물은 85%가 파괴됐으며 가자지구의 36개 병원은 17개 곳을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 도로망은 65%, 농경지는 65%, 통신 인프라는 모두 망가졌다.

유엔은 가자지구 재건에 최대 52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압달라 알다르다리 유엔 사무차장 겸 유엔개발계획(UNDP) 아랍국가 지역 국장은 지난 5월 "유엔 개발프로그램의 초기 추정 재건 비용은 400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할 수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랜드(RAND)의 다니엘 에겔 선임 경제학자는 지난 8월 블룸버그에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데는 사망, 부상, 트라우마로 황폐해진 노동시장의 장기적 영향과 같은 숨겨진 비용을 고려할 때 800억달러(약 105조원)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UNDP는 그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분쟁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전쟁 이후에도 파괴된 주택을 모두 복구하기까지 80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어 재건 비용과 기간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도 경제 휘청…전문가들 "금융 위기" 경고도

머니투데이

이스라엘의 분기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추이 /자료·사진=이스라엘통계청·트레이딩이코노믹스닷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경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이스라엘 재무부는 올해 8월 정부 재정 적자가 연간 GDP의 8.3%에 해당하는 32억4000만달러(약 4조269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 말까지 전쟁 비용이 약 660억달러(약 8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경고했다. 이스라엘 재무부 고위 관료였던 요엘 네베흐는 지난달 8일 재정 분석 보고서를 통해 "3~5년 내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 역량과 민간 생활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1일 S&P 글로벌은 이스라엘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고, 피치도 지난 8월 이스라엘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무디스 역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국가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두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당시 "이스라엘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매우 높은 수준까지 상당히 심해졌다"며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나 이스라엘의 신용도에 중대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이스라엘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놓고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쟁 장기화에 이스라엘을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21일 텔레그래프는 "전쟁으로 지친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 1년 만에 두뇌 유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200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 테크니온공대 교수도 "이 나라를 떠나는 거대한 물결이 있다"며 "대부분의 시니어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고 대학들은 중요한 분야에서 교수진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초기부터 지적받은 병력 부족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에 약 29만5000명의 예비군을 동원했지만, 전문가들은 불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초정통파인 하레디 예시바(종교학교) 학생들에게 군 복무를 면제해온 76년간의 관행을 끝냈다. 지난 7월에는 남성 군 의무복무 기간을 32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전쟁 확대에 피해도 고스란히…레바논 남부도 초토화

머니투데이

중동 내 분쟁지역/그래픽=윤선정


전쟁의 피해는 최근 충돌이 격화된 레바논 남부 도시들로 옮겨가고 있다. 레바논은 지난 18, 19일 헤즈볼라를 겨냥해 발생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등 집단 폭발 이후 통신망이 문제가 생겼을 뿐 아니라 약 2주째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1일 지난 23일 이후 격화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충돌로 1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발생한 난민은 최대 100만명에 이른다. 이미 대피소 수용인원을 훨씬 뛰어넘어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로 다시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유엔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은 앞으로도 레바논의 피난민 수는 대폭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레바논 난민들에게 식품과 식수, 매트리스, 위생용품 등 구호품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나 인력과 자원 부족은 계속되고 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