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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단독]"배달 수수료에 팔수록 손해"···플랫폼만 배 불린 '착한가격업소' 지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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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가격 설정한 가게 지원하지만

외식업소들은 배달앱 입점 외면해

“영세 업장이 수수료 감당 불가능”

3개월 예산집행률도 10.2% 그쳐

“직접적인 ‘맞춤형 지원’ 이뤄져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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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중보다 낮은 외식 메뉴 판매가를 설정한 ‘착한가격업소’들의 배달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 정작 점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계 전반이 고율의 배달플랫폼 수수료 탓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착한가격업소들이 효과를 체감할만한 방안이 사실상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더욱 실효성 높은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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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착한가격업소에 선정된 5993개 외식 가게들이 실제 배달플랫폼(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먹깨비·땡겨요·위메프오)에 들어간 사례는 1532건에 머물렀다. 배달앱 입점 사례는 8월 들어서도 1592건까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여러 플랫폼으로의 동시 입점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배달앱에 입점한 착한가격업소의 비중이 더욱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착한가격업소의 지정은 지난 2011년부터 물가 안정을 취지로 시작됐다. 인근 상권 내에서 평균 이하의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외식·세탁·미용 등 가게를 정부가 지정해 홍보·지원해주는 제도다. 올해는 이들 중 외식업소를 대상으로 배달지원사업이 시작됐다. 행정안전부는 5월 배민·쿠팡이츠·요기요를 포함한 6개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6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이 사업을 개시했다. 배달앱이 착한가격업소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에게 2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정부는 그 비용을 대는 방식이다. 각 플랫폼에서 이들 가게를 찾은 소비자들의 배달팁을 경감해 소비를 장려한다는 목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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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정책을 통한 외식업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선 배민·쿠팡이츠·요기요가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무료 배달 정책과 맞물려 소비자들만 2000원 추가 할인을 누리고 있을 뿐 업소들 마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통상 할인 프로모션으로 인해 주문 건수가 늘어나면 자영업자들도 이득을 보기 마련이지만, 착한가격업소 점주들은 ‘팔 수록 손해’라고 토로한다. 박리다매가 주를 이루는 이들의 영업 전략이 최근 들어 높아진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감당하기는 어려워서다. 착한가격업소들은 짜장면 한 그릇을 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판매가를 낮게 유지한다. 서울 시내에서 착한가격업소를 운영중인 한 자영업자는 “메뉴 가격이 낮고 규모가 작은 우리 입장에서 높은 플랫폼 수수료를 감당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판매가를 올려 배달앱에 입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업소들의 배달플랫폼 입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총 100억원 규모인 지원 사업 예산은 시행 후 3개월 동안 약 10.2%만 집행되는 데 그쳤다. 그나마 8월까지 집행된 10억 1793만원 가운데서도 99.1%가 배민·쿠팡이츠·요기요를 통한 쿠폰 발급에 집중됐다. 반면 먹깨비·땡겨요 등에는 집행액의 나머지 1% 미만이 지원됐다. 먹깨비는 1.5%, 땡겨요는 2.0% 수준의 중개수수료율을 각각 적용해 배민(9.8%)·쿠팡이츠(9.8%)·요기요(9.7%)보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현저히 낮다고 평가받는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배달플랫폼 3사의 거래 규모만 키워주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정부는 당초 외식업소들이 부담하는 배달료 지원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현재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올해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만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배달을 많이 하는 착한가격업소 같은 경우에는 지자체별로 상황에 따라 용기 등을 지원할 수 있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책 취지에 맞게 착한가격업소들에게 배달료 지원이 더욱 직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착한가게업소들이 실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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