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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단독] 장애아동 돌봄자 57% “직장 그만둔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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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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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의 부모 등 주 양육자 절반 이상이 장애아동을 돌보느라 직장을 관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아동 및 가족을 돕기 위해 설치하기로 했지만 13년 째 한 곳도 생기지 않은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장애아동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23년 장애아동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아동 505명의 주 양육자 가운데 58.4%(중복 응답)는 장애아동을 돌보느라 근무시간을 줄인 경험이 있었다. 또 장애아동을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둔 경험(57.4%), 처우가 좋지 않은 직장으로 이직한 경험(35.2%), 재택근무로 전환한 경험(34.1%), 승진이나 성과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23.0%)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아동 실태조사는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에 따라 3년마다 시행된다. 이번 조사는 복지부 의뢰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18살 미만 장애아동 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전까지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조사 대상을 선정했는데, 전국으로 표본을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 아동을 돌보는 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7.1%가 가족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의 주요 이유로는 ‘장애아동에 대한 수용 및 이해 부족’(23.3%), ‘경제적 부담(돌봄 및 양육비용)’(18.0%), ‘장애아동 위주로 돌아가는 일상’(16.9%) 등의 순이었다. 장애 아동의 주 돌봄자는 부모(63.3%)가 가장 많았다.



발달장애 등의 치료에 중요한 조기 진단과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장애를 최초로 인지한 시기는 평균 32.29개월이지만 최초로 진단받은 시기는 47.98개월이었다. 보고서는 “장애 최초 인지 시기는 1살 미만이 29.1%로 가장 많은 반면 장애를 진단받는 시기는 5살 이상이 35.2%로 가장 많아, 장애 최초 인지 시기와 진단 시기의 간격이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장애 관련 치료·재활·교육 등 서비스를 처음 이용한 시기도 평균 46.58개월로, 진단 시점과 유사했다. 조기 개입(아동의 장애를 인지한 뒤 빠른 시일 안에 아동에게 필요한 재활·치료·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으로는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몰라서’가 50.3%로 가장 높았고, ‘아동에게 어떤 서비스가 적절한지 몰라서’(23.8%), ‘서비스 비용이 부담돼서’(13.7%) 등이 꼽혔다.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등을 통해 가족의 장애아동 돌봄 부담을 줄이고, 조기 개입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1년 제정된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은 ‘시·도 및 시·군·구는 장애의 조기발견, 장애아동과 가족에 대한 복지 사업·기관 연계, 사례관리, 상담 및 교육 등을 위해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아직 한 곳도 문을 열지 않았고, 내년에도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센터 설치가 필수로 규정돼있지 않아 예산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선우 의원은 “장애아동은 장애인과 아동이라는 이중적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지만, 정부와 광역 지자체의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현재까지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가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고 있다”며 “센터 설치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상담과 더불어 조기 및 적기 개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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