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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레바논에 지상군 투입… 이란, 미사일 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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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헤즈볼라와 지상전

美 “이란, 공격 땐 심각한 결과”

조선일보

지난 9월 28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불길이 치솟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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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1일 새벽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 병력을 투입,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에 ‘제한적·국지적 공격’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사실상 헤즈볼라 궤멸을 위한 레바논 남부 침공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또 레바논 정부군의 대응 수위에 따라 양측의 지상전은 곧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결국 헤즈볼라와 지상전에 뛰어들면서 중동의 확전 위기는 최고조로 치닫게 됐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은 2006년 한 달 만에 휴전하고 이스라엘이 물러난 레바논 전쟁 이후 18년 만이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공격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의 방어 준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이란의 직접적 공격은 이란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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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국경으로 이동 중인 이스라엘 탱크 - 1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을 넘어 남부에서 제한적인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 전날 밤 이스라엘군의 탱크가 어둠을 뚫고 레바논 국경 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땅에서 지상전을 개시한 건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18년 만이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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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공격(ground raids)’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목표물’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침투를 위한 땅굴, 지하 무기고, 미사일 발사대 등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목표물은 국경 근처에서 이스라엘 북부 마을과 도시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해 왔다. 공군과 포병이 이들 목표물을 공습하며 지상군의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으로 큰 도전의 날이 다가온다”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군사령부의 지시를 엄격하게 따라 달라”고 요청했다.

레바논 헤즈볼라도 “국경을 넘어 레바논으로 넘어오는 이스라엘군을 포착해 공격했다”며 지상전 시작을 알렸다. 레바논 정부는 아직 이스라엘의 자국 영토 내 군사작전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을 선포하고 레바논 각지에 고강도 폭격을 퍼부어 왔다. 27일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폭살하는 등 지휘부도 대부분 제거했다. 이스라엘군은 “기존 작전은 상황에 따라 계속되며, 가자지구 등 다른 전선의 교전도 계속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등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을 공격해 온 ‘저항의 축’과 3면전을 동시에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전쟁 내각이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 긴급 회의를 열어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이스라엘군 북부 사령부가 오후 9시경 “레바논 국경 인접 지역을 군사 제한 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발표하고, 민간인의 진입과 이동을 막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1일 자정을 전후해 국경 너머 레바논 남부에 대한 포격으로 지상전 시작을 알렸다. 국경을 따라 수십 곳에서 이스라엘군 포격에 의한 화염이 목격됐다. 이어서 육군 98사단의 공수부대와 특공대, 탱크·장갑차를 앞세운 기갑부대가 레바논 땅으로 진입했다. 98사단은 가자지구 지상전 초반에도 활약한 정예 부대다. 알자지라 등 아랍 매체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레바논 국경 마을 여러 곳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 공습도 강화했다.

헤즈볼라도 모사드 본부 등을 노려 반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날 새벽 “아다이시트·크파르켈라 등 국경 마을 인근 덤불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스라엘 북부와 중부, 텔아비브의 모사드 본부 등을 노려 수십 기의 로켓을 발사했다. 예멘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군 기지를 향해 무인기(드론)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해 “대부분 방공망에 요격당했고, 이 중 한 발이 중부 크파르카심의 고속도로에 떨어져 버스 운전사 등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단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지지하고 나섰다. 오스틴 국방 장관은 그러면서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경우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이제는 휴전해야 한다”고 말해 전쟁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헤즈볼라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이란은 보복 공격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준비 중이란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받았다”며 “이란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가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 7월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보복을 천명했다. 그러나 확전을 우려한 듯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의 폭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즉시 보복을 경고했지만, 사흘 후 “(레바논에) 추가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다”며 파병 가능성을 일축하는 이중적 반응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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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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