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미국 폭격기 ‘B-1B 랜서’가 비행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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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미국 공군의 폭격기 ‘B-1B 랜서도 등장했다. 대북 억제력을 과시하는 행사에 힘을 보태러 온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B-1B가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며 “B-1B는 전략폭격기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폭탄(약 56t)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속도 마하 1.25에 최대 1만2천㎞를 비행할 수 있는 B-1B는 최대 속도로 비행하면 괌 미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이면 날아올 수 있다. 이 폭격기는 핵무기를 싣지 못하지만 초음속으로 빠른데다 레이다 탐지가 어렵고 장거리 비행, 장기 체공 능력을 갖춘 데다 폭탄을 많이 실을 수 있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B-1B는 유사시 최단 시간 내 평양으로 몰래 침투해 지휘부와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선제 타격무기다. 북한은 한국전쟁 때 미 공군의 초토화 작전으로 평양 등이 잿더미가 된 트라우마가 있는데다 지금도 한국, 미국과는 견줄 수 없는 정도로 공군력이 약하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B-1B 등장에 대해 “미국의 허세성 무력시위 놀음”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철저히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전부터 북한은 B-1B나 B-52 같은 미 공군 폭격기가 한반도에 와서 한·미 공중훈련을 하면 “조선반도 유사시 우리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둔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거칠게 반발해왔다.
2022년 11월5일 합동참모본부는 “비질런트 스톰의 일환으로 5일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2대와 한국 F-35A 4대, 미국 F-16 4대가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가운데 동체가 큰 군용기 2대가 B-1B 전략폭격기다. 합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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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과 북한은 B-1B를 ‘죽음의 백조’라고 하는데, 근거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름이다. 미 공군 관계자들은 한국 기자들에게 ‘죽음의 백조’란 표현을 두고 “한국에선 왜 이렇게 부르냐”고 묻고 한다.
창처럼 날카롭게 생긴 B-1B 폭격기의 미 공군 공식 별칭은 말을 탄 군인이 사용하던 긴 창인 ‘랜서’(창기병·Lancer)다. 미 공군 조종사들은 B-1B를 ‘본’(Bone)이라고도 부른다. ‘비 원’(B-ONE)이 ‘BONE’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의 백조란 표현은 10여년 전부터 일부 국내 언론이 사용하기 시작해, 국내에서 퍼졌다. B-1B가 비행하는 모습이 마치 목을 들고 날아가는 백조 같지만, 기체 전체가 어두운 회색으로 도색돼 있어서 사실 ‘백조’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B-1B와 임무와 외관이 비슷한 러시아의 ‘Tu-160’ 폭격기는 기체를 흰색으로 도색해 백조란 별명으로 불리는데, 누군가 B-1B와 Tu-160을 혼동해 ‘죽음의 백조’라고 착각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죽음의 백조란 호명은 정확하지도 않고 근거와 출처는 확인할 수 없지만 널리 쓰이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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