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환급준비금 누적액/그래픽=김지영 |
보험사들이 올해 결산 기준 법인세 납부액이 당초 예상보다 1조원 안팎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세법상 손금(비용) 처리해 온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기준이 변경돼 그간 비용으로 처리해 온 준비금이 3조원 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비율(K-ICS·킥스)이 금융당국 기준선을 넘는 보험사는 감소한 준비금 만큼을 배당 재원으로 인정해줘 배당 확대 기회도 동시에 열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안'(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올 연말 결산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관련기사:[단독]IFRS17 도입 2년, 보험사 수천억 법인세 증가 위기, 계속 터지는 보험 IFRS17 '쇼크'... 금융당국, 신뢰도 방안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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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이익에 '세수표적' 해약환급금준비금, 결국 2년 만에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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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은 보험소비자가 중도에 계약 해지시 돌려줄 해약환급금(부채)을 별도로 적립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되면서 적립금이 과거 회계기준(IFRS4) 적용시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나중에 계약자에 돌려줄 돈이 부족하지 않도록 지난 2022년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신설, 차액만큼을 따로 쌓도록 했다. 이 준비금은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해 배당 재원으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세금을 납부할 때 손금(비용)으로 인정해줬다.
문제는 제도 시행 후 보험사들의 신계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준비금 적립액이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점이다. IFRS17 도입 전인 2022년 2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2조2000억원으로 불었고, 올해 6월말 기준으론 38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불과 1년6개월 새 62.4%(14조8000억원) 급증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 배당 재원이 확 줄어든데다 법인세도 이익규모 대비 쪼그라들어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IFRS17 덕분에 보험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1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2000억원 증가했으나 법인세 납부액은 해약환급금준비금 '효과' 등으로 같은 기간 3조4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급감해 과세당국의 세수 부족 요인으로 지목됐다.
제도개선에 따른 법인세와 해약환급준비금 변화/그래픽=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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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1조 안팎으로 대폭 늘듯...자본비율 기준선 넘어야 배당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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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은 자본건전성이 일정 수준 이상인 보험사에 대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현행 대비 80% 수준으로 낮추는 보험업 감독규정을 2년만에 개정한다. IFRS17 도입 전에 납부한 법인세와 배당가능이익 수준을 감안해 80% 수준으로 하향했다.
다만 준비금은 향후 계약자에게 돌려줄 부채인 만큼 법인세나 배당금으로 과도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올해는 킥스 비율 200% (경과조치 전 기준)이상 보험사에만 80%를 적용한다. 향후 5년간 킥스 기준을 매년 10%P(포인트)씩 낮춰 2029년 150%를 상회하는 보험사에 개정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결산 기준으로 보험사 법인세가 전년 대비 1조원 안팎으로 대폭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해약환급준비금은 3조4000억원 줄어든다. 이에 따라 법인세 납부액은 종전보다 9000억원 늘어난 1조7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신계약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법인세 부담액은 이보다 늘 수 있다. 대신 배당가능이익은 전년 기준 3조4000억원 늘어나지만 이는 배당 재원일 뿐, 실제 배당액은 이보다는 훨씬 작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가능이익이 한 회사당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올해 추가로 늘어나는 배당금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보다 법인세 증가액 부담이 더 크긴 하지만 킥스비율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IFRS17 전환시점에 부채를 많이 쌓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메리츠화재 등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제로' 거나 미미해 영향권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9월말 기준 킥스 비율 200%를 넘지 못한 회사도 상당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건전성을 충실히 유지하면서 주주배당을 촉진하고 적정 수준의 법인세를 납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정개정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수치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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