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개변론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의무를 과소하게 규정한 시행령을 오랫동안 개정하지 않은 국가에게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1998년 제정된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바닥면적이 300㎡ 미만인 점포에는 장애인 출입로 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을 진행한 장애단체와 법률 대리인단(법무법인 지평, 사단법인 두루)이 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자 24년이 지난 2022년4월에서야 바닥 면적 50㎡ 이상인 점포는 장애인 접근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소규모 시설(편의점, 약국, 카페 등)에 대한 접근권이 문제가 되었는데, 특히 전동휠체어로 홀로 이동을 해야 하는 장애인은 간단한 경사로가 없어 작은 둔턱을 넘지 못해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4시간 가까이 변론이 진행되었는데, 대법원이 정리한 쟁점에 관한 양측 대리인의 변론과 대법관들의 날카로운 질의에 대한 추가 변론이 이루어졌고, 실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며 환경건축문제를 연구하는 당사자, 장애인개발원 환경정책기획팀장이 양측의 변론을 뒷받침하는 의견을 개진하며,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여부에 다른 의견을 가진 교수들이 참석해 학계의 의견을 대신하여 법리공방을 벌였다.
공개변론은 영상으로도 중계되었다. 짧은 지면에 진행된 내용을 모두 옮길 수는 없으나, 평소 접하기 힘든 대법원의 공개변론을 보면서 올바른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개인과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여러 형태의 분쟁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승자독식의 결론으로는 분쟁이 발생한 관계를 원만하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쟁의 양상이 불가피하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토론과 숙의(熟議) 과정을 거친 경우와 판단 주체의 일방적 결정으로 결론이 내려진 경우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법원의 재판은 쌍방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조정절차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승패가 갈리는 전쟁터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사건도 성격상 조정을 통해 분쟁이 해결되기는 어려워 이번 공개변론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인데, 어떤 결론이든 장애인 접근권, 법령 미비로 인한 제도적 차별의 문제,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범위 등에 관하여 사회적, 법률적으로 큰 영향과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불가피한 문제를 공개변론이라는 형태로 정면 대응하면서, 토론과 숙의 과정을 통해 보다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대법원의 시도는 결론과 무관하게 바람직해 보인다. 내용 자체도 꽤 흥미로우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대법원이 제공하고 있는 전체 영상을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
김태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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