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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현장경찰만 유죄…"지자체 면죄부 준 셈"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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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 피고인 이임재 금고 3년, 피고인 박희영은 무죄. "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배성중) 심리로 진행된 ‘이태원 참사’ 형사 책임에 관한 1심 선고 재판에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참사 702일 만에 1심이 ‘주최자 없는’ 다중인파 밀집사고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 형사 책임은 경찰에만 있고, 지방자치단체엔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법조계에선 이날 선고가 앞으로 비슷한 유형의 인파 참사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책임 정도를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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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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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당초 지난해 1월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등을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함께 기소했다. 각자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가 모여 참사로 이어졌다는 법리로 참사 책임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수사기관의 의지였다. 과거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사건 당시 이 논리를 적용해 공무원과 공사 관계자들을 함께 처벌했다.

다만 누가 주범인지 등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렇다보니 대형 인재가 발생할 때마다 지자체와 경찰 등은 책임을 떠밀기 십상이었다.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용산서와 용산구청은 이태원 핼로윈 행사에 주최자가 없다는 점에서 서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측은 “주최자 없는 인파 사건은 경찰 매뉴얼에 없다”, 용산구청 측은 “인파 관리 책임은 경찰로, 경찰이 할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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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부지법형사11부(부장 배성중)은 업무상 과실시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부가 이들 중 용산서 관계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면서, 주최자 등 안전 관리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참사의 경우 경찰 책임이 크다는 판례가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경찰관은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공공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임무가 있다”는 경찰관 직무수행법 등이 경찰 책임의 근거였다. 경찰 출신 박성배 변호사는 “그동안 구체적 상황에 대한 행동 규정이 없었다”며 “인파 밀집 예상 정도에 따라 적절한 경력 배치를 해야 한다는 예방 의무가 강조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매뉴얼 등이 세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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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선고는 책임 공방전이 펼쳐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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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검찰 측이 제기한 지자체의 ‘재난 컨트롤타워론’은 기각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는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적극 행정을 취하지 않은 행정기관 공무원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봤다. 참사 당시엔 다중인파 밀집사고가 재난안전법상 재난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다만 국회는 지난해 12월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다중의 참여가 예상되는 지역축제로서 개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에는 참여 예상 인원 규모와 장소 등을 고려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그밖에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2005년 경북 상주시가 개최한 축제 행사의 일환이던 MBC 콘서트 압사 참사 때는 당시 상주시장을 포함 공무원들이 유죄를 받은 적은 있었다.

이때문에 이번 판결이 지자체의 책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오지원 변호사는 “직접적인 고의과실이 있는 사람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었던 경찰이 형사책임의 대상이 된 것”이라며 “재난 발생 시 지자체의 책임 소재가 없다고 해석될 여지가 생겨 우려된다”고 밝혔다. 임동균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전 충북대 시민안전연구센터장)는 “책임을 묻는 것만큼 참사 원인과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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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만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경찰 내부에선 "경찰이 책임을 다 떠맡았다"는 평이 나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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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와 같이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북도청‧청주시‧경찰‧소방 공무원들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의 기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규정되지 않는 지자체 책임에 대해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한 만큼, 윗선인 지자체장 기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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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는 만큼, 참사 책임이 큰 건 당연하다”면서도 “책임만 떠맡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들 어깨만 더욱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만만한 게 경찰이다. 재난 대책을 함께 세우기도 하는데 지자체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찬규·박종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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