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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K디스플레이, 정면승부 전략은…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AI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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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던 OLED마저…위기의 K디스플레이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8월 21일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에서 제주도 지형을 3차원으로 표현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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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시장에서 중국 공세가 거세지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저전력 OLED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OLED 적용 범위를 모바일, IT, 자동차 등으로 확장해 성장을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올 들어서 시설 투자를 확대하거나 투자 집행 속도를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AI 관련 사업 전략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그간 서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AI 수요가 온디바이스(기기 탑재) AI로 확대되면서 여기에 맞는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2022년 185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1739억달러(약 232조6434억원)로 연평균 37.7%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저전력’ 기술이다. AI는 더 많은 정보량을 처리하면 할수록 전력 소비가 많아지고 덩달아 발열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가 제품의 전력 소비 중 적게는 30%, 많게는 70%도 차지하는 만큼,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전력 효율화에 중점을 맞춰 디스플레이 성능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잇따라 8세대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화면이 넓어질수록 AI 기능 활용도가 커지는데 마침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중대형 제품에도 AI 기능이 대거 탑재되고 있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8.6세대 규모의 IT OLED 분야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00만개 노트북 패널을 생산하는 A6 라인을 충남 아산캠퍼스에 구축한다고 밝혔다. A6 라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8 라인을 개조해 구축하는, 삼성의 6번째 OLED 라인이자 8.6세대 IT 전용 OLED 라인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4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당장 수조원이 드는 8.6세대 증설에 쉽게 뛰어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아직 확정 전이지만 2조원대 연간 설비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투자 분야는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IT용 OLED 사업이다. 지난해(약 3조5000억원)보다는 설비투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수천억원대 분기 적자가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투자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도 매년 예정된 대로 확대하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연간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2021년 7%, 2022년 9%, 지난해 11%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두 회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Stretchable display)’ 경쟁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고무처럼 잡아 늘이거나 아래위로 비트는 등 화면을 자유롭게 변형해도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2017년 세계 최초로 스트레처블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고, LG디스플레이도 2022년 12인치 화면이 최대 14인치까지 늘어나는 고해상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미래형 의류와 가방을 공개했다. 화면이 마치 옷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디자인과 색상이 시시각각 변하는 옷을 구현해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 의류나 피부 등 불규칙한 면에 붙일 수 있어 패션·웨어러블·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폭넓게 적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8월 최고 수준의 연신율(화면 늘어나는 비율)을 달성한 스트레처블 시제품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화면이 원래 크기의 최대 1.25배까지 늘어나면서도 해상도는 게이밍 모니터 수준(120PPI)인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이르면 5년 내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공개한 업계 최대 크기의 차량용 슬라이더블 OLED는 평소에는 차량 뒷좌석 천장에 말린 상태로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 아래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영화나 뉴스를 보거나 화상 회의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자동차가 여러 버튼 대신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에 맞춰 차량 안에도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단일 패널로는 세계 최대 크기인 57인치 화면을 공개했다. 운전석 A필러부터 조수석 A필러까지 가로지르는 형태라, ‘필러투필러 LCD’라 이름 붙였다.

[김경민·정다운·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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