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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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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내가 30년 알던 정의로운 尹 어디 갔나, 그 모습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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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할 말 있다Ⅱ]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조선일보

정대철 헌정회장이 지난 29일 서울 봉원동 정일형·이태영박사기념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야를 만나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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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80) 헌정회장은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내가 30년 가까이 알던, 정의롭고 옳게 살아온 윤석열로 돌아오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정 회장은 각각 검사, 국회의원 시절 인연을 맺어 호형호제해온 사이다. 헌정회장 취임 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던 정 회장은 그간 각종 현안을 두고 고언을 아끼지 않았고 윤 대통령도 그의 말을 경청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내가 봐온 대통령은 주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고개를 숙였던 사람이었다”며 “특유의 친화력과 중재력으로 여권뿐 아니라 야당과도 매일같이 만나 읍소도 하고 설득도 하면서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각종 의혹에 휩싸여 야당의 총공세 대상이 된 김건희 여사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을 위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거대 의석을 무기로 정부·여당을 사사건건 압박하는 민주당을 향해선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했다.

野와 협치 위해 준연립정부라도 해야

-요즘 헌정회원들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나.

“정당과 상관없이 모이면 나라 걱정뿐이다. 어디 여당만을 향한 이야기겠나. 야당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왜 이러고, 이재명 대표는 또 왜 저러냐고 말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계속 거부하는 상황이다.

“정치가 실종됐다. 결국 대통령이 나서서 특검법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여야가 도돌이표 싸움을 하고 그 속에서 국민만 피해를 본다. 지금 민주당이 하자는 특검법은 사실상 야당이 뽑는 특검으로 가자는 건데 대통령과 여당이 받을 수 있겠나.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그러면 대통령도 특검법 수용을 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

정대철 헌정회장이 지난 29일 서울 봉원동 정일형·이태영박사기념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야를 만나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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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많다.

“디올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같은 건 이미 법적으로 처벌하기 힘들다고 본다. 문제는 김 여사가 계속 대중 앞에 나서는 거다. 본인은 특별히 잘못한 게 없어서 억울할 수는 있지만 국민이 미움의 대상이라는데 어떻게 하나. 이렇게 이슈가 될 때는 좀 더 자제하고 겸허하게 뒤로 빠져 있는 게 낫다.”

-왜 정치가 실종됐다고 보나.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통령은 나와 다르면 틀렸다, 잘못됐다고 한다. 민주당은 힘의 논리를 이용해 표결로 모든 걸 해결한다. 이렇게 서로 대화도 없이 맞서기만 하면 정치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야당을 동반자,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단체, 노조 등 극단의 사람들도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뻔한 얘기지만 상생, 통합, 협치의 정치를 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이미 한 번 만났지 않나. 그렇다면 재판이 걸려 있지만 계속 만나야 한다.”

-거대 야당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할까.

“준연립정부라도 해야 한다. 예컨대 새 총리를 지명해도 야당이 통과시켜 주겠나. 총리 지명권을 야당에 주는 식의 제안을 해야 한다. 야당도 국정운영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이제 곧 내년도 예산도 처리해야 하지 않나. 야당이 거부한다면 비판은 야당 몫이 될 거다.”

-민주당은 국감 증인으로 김 여사를 부르겠다고 한다.

“과하다. 이재명 대표가 나서서 선을 지키는 정치를 해야 한다. 김 여사를 불러 망신을 주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대통령을 부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몫 인권위원은 부결하고 자기들 몫 인권위원만 통과시킨 일도 있었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 1955년 창당 이래 이런 민주당은 없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국회의원과 당원이 나와야 한다.”

尹, 내가 의원 때 科 후배라며 먼저 연락

-윤 대통령을 오래 알지 않았나.

“내가 국회의원 하던 90년대 언젠가 ‘검사 윤석열’이라면서 먼저 연락이 왔다. 서울대 법대 18년 후배라고. 검사라고 하니까 처음에 덜컥 겁이 났었는데 정말 인사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날부터 저녁 먹으면서 오래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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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원로 모임서 만난 尹·정대철 - 2022년 4월 정치 원로 모임에서 만난 윤석열(오른쪽)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정대철 헌정회장.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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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한마디로 정의로운 사람이다.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맡으면서 외압 의혹을 폭로하고 좌천돼 있을 때였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영입을 하려고 제안을 했었는데, 하루인가 이틀 후에 내게 전화를 해서 ‘내가 국회의원을 하면 여태까지 한 일이 다 정치하려고 한 것처럼 되지 않겠나. 제 순수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 제안은 못 받겠다’고 했다. 이후에 자신보다 세 살이나 어린 안 대표를 만나 ‘죄송하다’며 90도로 고개를 수차례 숙이는 모습은 더 놀라웠다. 이게 내가 아는 인간 윤석열이다.”

-대통령이 변했다고 보나.

“윤 대통령이 검사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분법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정의와 불의로. 재판받고 있으면 상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은 그렇게 가르면 안 된다. 정의감이 좀 떨어지는 사람도 같이 갈 수 있어야 하는 게 정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도 갈등이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본인이 키우고 정치권으로 데려온 사람 아니냐.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불러서 야단을 치기도 하고 타일러 보기도 하고 해야 한다. 대화하길 바란다.”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과 멀어진 사람들이 많다.

“통 큰 포용력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준석 대표도 당을 나갔지만 끌어안아야 한다. 안철수 의원 등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경험이 부족하면 주변에 물어야 한다. 검찰총장일 때 추미애 당시 법무 장관과 얼마나 큰 갈등이 있었나. 내가 그랬다. 공개적으로 싸우지는 마시라고. 나중에 ‘그 말 듣기 잘했다’고 하더라. 그때처럼 듣는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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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80) 헌정회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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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초엔 소통도 많이 했는데.

“도어스테핑도 다시 했으면 좋겠다. 논란도 있었지만 그런 서툴고 부족한 윤 대통령의 순수한 면에 대중이 환호했다. 신선하고 보기 좋았다. 언론과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대통령은 정말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외로운 자리다. 세상의 정보가 다 내 손아귀에 있다는 생각이 들고 다 아는 것 같이 느껴진다. 속으론 그렇게 생각해도 더 겸손해져야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는다. 아직도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다. 유연성 있는 정치를 하고 다른 사람도 끌어안는 포용을 보여달라.”

☞정대철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 원로로 여야에서 호불호가 없는 정치인으로 불린다. 독립운동가 정일형 박사와 여성 변호사 1호 이태영 박사의 아들로 헌정회장 선출 직전까지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형, 동생 하던 사이였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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