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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헤즈볼라 대원 동선 DB화…목소리까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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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내부 정보를 어떻게 획득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은 이스라엘 시긴트(신호 정보) 담당 8200부대, 이스라엘군 정보국 아만, 시각적 이미지에서 정보를 얻는 9900부대 등에 주목했다. 레바논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헤즈볼라의 반격에도 이스라엘인은 단 한 명도 사망하지 않은 건 양측 정보 역량 등의 격차가 가져온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간 전쟁 당시 나스랄라 암살을 세 번이나 실패한 뒤 헤즈볼라에 대한 정보 수집 방향을 대폭 조정했다.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영역, 이란 혁명수비대와의 관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관계까지 샅샅이 살폈다.

특히 8200부대와 아만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8200부대는 컴퓨터 분야에 특화된 이스라엘의 상위권 고교 인재들이 지원하는 곳으로, 적들이 보내는 유·무선 신호를 가로채 군사정보를 뽑아낸다. 아만은 해외 담당 모사드, 국내 담당 신베트와 다른 군 정보기관으로 8200부대뿐 아니라 휴민트(인적 정보망) 담당인 504부대, 최첨단 기술 장비를 맡는 81부대가 아만 소속이다.

돌파구를 마련한 건 2012년 헤즈볼라가 시리아에 조직원을 파견했을 때다. 알 아사드 정권은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가 주축인데, 역시 시아파인 헤즈볼라와 동맹 관계였다. 아사드 정권의 독재에 저항하는 무장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헤즈볼라 대원들이 파견됐다. 헤즈볼라는 시리아 전역에서 반군과 전투를 벌였는데 이때 시리아 정보기관, 그리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 정보기관 등과 정보를 공유했다. 이들을 감시하던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기관은 물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헤즈볼라가 정기적으로 사용한 ‘순교자 포스터’ 형태 부고도 활용했다. 이들의 장례식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고위 지도자들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사망한 헤즈볼라 대원의 출신 지역과 사망 경위, 친구들이 부고를 공유한 SNS 계정도 체크했다.

나아가 이스라엘은 정찰 위성과 드론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사이버 해킹 기술로 헤즈볼라 관련자들의 스마트폰을 도청해 정보를 수집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9900부대는 테라바이트 단위로 시각적 이미지를 조사해 사소한 변화까지 찾는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예컨대 길가, 터널 통풍구의 콘크리트 보강재를 식별해 급조 폭발물, 지하 벙커를 찾아내는 식이었다. 9900부대는 일반인들은 알아채기 어려운 미묘한 변화를 판독할 수 있는 천재 자폐증 병사들이 위성사진 판독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헤즈볼라 대원을 파악하면 그의 일상적인 모든 움직임 패턴을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했다. 해킹한 CCTV 카메라, 심지어 TV 리모컨 마이크에 포착된 목소리까지 활용해 신원을 구별했다고 한다. 그렇게 감시 대상 요원의 일상적인 움직임이 평소와 달라지면, 이스라엘 정보 장교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정보 활동을 통해 이스라엘은 수년간 표적을 파악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의 공습 첫 3일간 이스라엘 전투기가 표적 3000곳 이상을 타격할 수 있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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