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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스라엘, 1800㎞ 떨어진 예멘까지 폭격…“미국, 통제능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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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예멘의 항구도시 후다이다(호데이다)에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공습이 벌여 화염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후다이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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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예멘의 후티 반군 근거지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 등을 잇달아 공격하며 공습 반경을 ‘저항의 축’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헤즈볼라 조직원들을 겨눈 ‘삐삐 테러’와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 뒤 이어지는 전방위 공격으로 중동 지역 내 전면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중동 상황 통제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도덕률을 넘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29일(현지시각) 예멘의 후티 반군 근거지인 후다이다(호데이다)와 라스이사의 발전소와 연료탱크 등을 공격해 최소 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벤구리온공항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1800㎞가량 떨어진 후티 반군 근거지를 겨눈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30일 새벽에는 레바논 베이루트 서남부 주택가 콜라 교차로 인근 아파트를 공격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레바논 보안당국이 밝혔다. 도심과 베이루트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이 지역은 상점과 시장이 밀집한 주택가로, 이번 공격은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도심을 공격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왔지만 도심까지 공격하지는 않았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29일 하루에만 레바논 전역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이 이어져 사망자가 105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 활동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부 파티흐 샤리프 아부 아민도 남부 티레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삐삐 테러가 발생한 지난 17일 이후 2주간 사망자는 1천명 이상, 부상자는 6천명 이상이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29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피란민이 최대 1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바논 인구는 약 550만명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30일 북부사령부 산하 188기갑여단 병사들에게 연설하면서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를 제거한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며 “우리는 가진 모든 역량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그가 지상전을 강력히 시사했다고 짚었다. 이날 헤즈볼라 지도자 대행인 나임 카셈은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지상전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맞받았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 거점 다히예 지역의 주거용 건물을 공습해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지휘부를 살해했고, 카셈은 이후 처음 얼굴을 드러낸 헤즈볼라 지도자다. 카셈은 살해된 지휘관을 대신할 “부지휘관들이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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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벨기에 방문을 마치고 로마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민간인 피해가 잇따른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도덕률을 넘어섰다”며 “전쟁은 본디 비도덕적이지만, 전쟁의 규칙이 어느 정도 도덕성을 부여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년째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무력충돌에 이어,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까지 세갈래로 전선을 넓힌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중심인 이란을 자극해 중동 체제를 뒤집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으면서 “이란을 끌어들일” 중동 전면전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다만 나스랄라 사망 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사이드 알리 하메네이가 소집한 안보회의에서 이란 내 보수파는 강경 대응을 주장한 반면,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가 자제를 요청하면서 이란 또한 “이스라엘 대응을 놓고 갈림길에 섰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서방 제재로 인해 악화한 이란의 경제 상황과 군사력 약화 등이 전면전을 망설이는 이유로 거론된다.



중동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마이 웨이’ 행보를 이어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미국이 억제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두고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겠다며 “우리는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 이어 헤즈볼라와의 충돌에서도 휴전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강공을 이어가는 상황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확전을 막을 것이란 기대감은 요원해진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평화로 이어진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정과 1994년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중동 정세를 안정시킬 능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이 변한다면 서서히 변할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이스라엘의 독주를 쉽게 제어할 수 없다고 보고 대담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도 이해되는 말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김미나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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